ESG 강조한다던 금융업계, 여성 등기임원 비율 6%..한 명도 없는 곳 수두룩

조귀동 기자 2021. 3. 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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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금융지주는 1명 안팎 은행은 ‘제로’
BNK·DGB·JB 등 지방은행 기반 회사는 모두 남성
ESG 경영하겠다면서 이사회 다양성은 외면

국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의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이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른바 4대 금융지주회사에서 사외이사로 한 명 정도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금융지주 산하 비상장회사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주회사와 은행 모두 여성이사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조선DB

금융권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 비율이 낮은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금융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거버넌스(지배구조)에서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이사회 다양성 확보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3월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낸 금융회사들은 다수가 현재 이사진을 그대로 재선임하거나, 선임도 남성이다.

두 번째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올해 8월부터 등기임원 전부가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BNK금융지주(138930),. JB금융지주(175330)등은 모두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긴 하지만,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주총과 내년 주총 두 차례밖에 기회가 없다.

◇ 금융지주·은행 이사 156명 중 여성은 10명

조선비즈는 시중 은행이 주력 계열사인 금융지주 5곳(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NH농협금융지주)과 산하 은행, 지방은행 및 그 지주사(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그리고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등 총 20개사의 이사회 구성을 분석했다. 2020년 9월 사업보고서가 기준이었다.

그래픽=송윤혜

그 결과 이사회를 구성하는 총 156명의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은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6.4%다. 사내이사 43명은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은 사외이사로만 선임되는데, 그나마 113명 가운데 8.0%일 뿐이다.

이사회에 여성이 있는 곳은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상장돼 있는 지주사가 대부분이었다. 비상장사인 은행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모두 없었다. 외국계에서는 SC제일은행은 5명의 사외이사 중 2명,, 씨티은행은 4명 중 한 명이 여성이었다.

◇ 비상장은행·지방은행 이사회는 남성천하

지방은행은 남성 일색이었다.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지방은행이 주력사인 금융지주 이사회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산하 부산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그리고 신한금융지주 산하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6곳은 42명 등기임원이 모두 남성이었다.

국내 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30곳에서 경영인 출신은 박정림 KB증권 사장,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송정희 전 KT 부사장,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왼쪽부터) 등 4명에 불과하다. /조선DB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카드사, 생명보험 등 규모가 큰 회사들을 추가해 30대사, 228명을 대상으로 분석해도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228명의 등기임원 가운데 14명만 여성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6.1%다.

그나마 여성 비율이 유지된 것은 하나금융지주 산하 비상장사인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이 모두 1명씩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주요 은행계 금융사 등기임원 198명 가운데 여성은 5.1%인 10명에 불과하다.

여성 사외이사들은 대개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공 교수가 많았다. 경영인 출신은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송정희 전 KT 부사장,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 등 4명에 불과했다.

◇ 우리·BNK·JB·DGB금융지주 ‘발등의 불’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이사회에서 여성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에 대해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업계가 최근 강조하는 ESG 경영 기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오너 기업인이 없고, 규제산업인 금융산업에서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면 이사회 구성과 운영방식일 것"이라며 "남성 일색 이사회는 정작 금융회사들이 거버넌스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회사 정관에 이사회의 다양성(diversity)을 명문화한 곳이 많고, 인원수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 여성 역할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사옥(왼쪽부터)./각사

금융지주 입장에서 당장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발등의 불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를 단일한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은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실제로 올해 또는 내년에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해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JB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각각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면서 남성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하거나 또는 재선임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다만 현재 사외이사의 임기가 남아있어 지난해부터 후보군을 추리고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총 6명의 사외이사가 활동 중인데, 이 중 5명의 임기가 이달 중 종료된다.

JB금융지주는 "정관을 개정해 여성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뒤, 이후 절차에 따라 여성 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GB금융지주는 "법률 개정 사항을 반영해 2022년부터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며, 올해부터 다양한 분야의 후보군 발굴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고, BNK금융지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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