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발니 독살 시도 관여, 러시아 관리·기업 제재"

이은택기자 2021. 3. 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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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와 관련된 러시아 인사, 기관, 그리고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과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적했던 정적(政敵)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푸틴의 크림반도 합병 추진에 반대했던 데니스 보로넨코프 전 러시아 하원의원은 2017년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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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아 죽거나, 정계 은퇴하거나, 성(性) 관계 영상 유포돼 망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와 관련된 러시아 인사, 기관, 그리고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과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적했던 정적(政敵)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이들은 의문의 사건으로 사망하거나, 정계를 은퇴했다.

푸틴의 크림반도 합병 추진에 반대했던 데니스 보로넨코프 전 러시아 하원의원은 2017년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이후 그는 수도 키예프에서 암살당했다.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의 테러”라고 규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도 러시아 정보요원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2016년에는 당시 반(反) 푸틴 진영을 이끌던 미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가 ‘섹스 비디오’ 논란에 휩싸였다. 카샤노프가 당시 연인과 성 관계를 하는 영상을 러시아 국영방송이 뉴스에서 대놓고 보도한 것. 비록 불법은 아니지만 카샤노프는 망신을 당해야 했다. 이를 놓고 “푸틴이 정적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2015년에는 당시 러시아 야권을 이끌었던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가 대통령궁인 크렘린궁 근처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이는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넴초프가 숨지기 직전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집회를 계획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때문에 서방 세계는 넴초프의 암살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질타했다. 2007년에도 넴초프는 다른 야권 지도자들과 함께 한 차례 투옥됐었다.

2003년 푸틴과 맞섰던 인물은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사장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였다. 그는 러시아 내 ‘마피아 재벌’ 집단인 올리가르흐의 대표 인물이었다. 그의 보유 자산만 9조 원으로 추산됐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막강한 자산과 조직력으로 푸틴과 대립했다. 그의 행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도 추진됐으나 독일 베를린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필름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그는 푸틴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감옥에 갇혔다가 사면된 뒤 스위스로 건너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러시아 전 하원의원이자 ORT방송국을 소유한 언론재벌이었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도 대표적인 푸진의 정적으로 꼽힌다. 2000년 당시 ORT의 대표 프로그램에 대해 크렘인궁은 방송 중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베레조프스키는 2013년 영국 런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러시아 정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추측이 일었다.

때문에 가장 최근 푸틴과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나발니와 그의 아내 율리아의 운명에도 외신의 관심이 쏠린다. 푸틴의 이전 정적들은 하나같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국제 사회는 푸틴의 정적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 내에서 나발니에 대한 지지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러시아 전역에서는 나발니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려 3000여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국제사회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와 가스관 연결 사업을 추진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국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나발니를 탄압하는 러시아와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대놓고 나발니를 제거하기에는 정치적, 외교적 부담이 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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