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부엉바위 빙장.. 얼음 녹기 전에 한 번 더!

글·사진 주민욱 기자 2021. 3. 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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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도 한파가 매서웠다.

서두에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며칠 전까지의 차디찬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축축한 영상의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공기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에서 3시간 남짓 거리의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부엉바위로 향한다.

60m 벽을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내려야 하고, 어렵게 끌어온 전기로 얼음 얼리기 위한 장비를 여러 날 가동한 고된 작업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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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등산학교에서 만든 전북 완주의 60m 인공 빙장
부엉바위 빙장 우측벽을 등반 중인 남해원씨. 중력을 거스르는 행위는 그 누구의 책임도 동반하지 않는 등반가들의 특권이다.

며칠 전까지도 한파가 매서웠다. 클라이머들에게 추위의 척도가 되는 설악산 대승폭포도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인류를 뒤흔드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서운 현실로 코앞에까지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겨울 아웃도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빙벽등반을 가면서 왜 이런 무거운 과제를 생각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빙벽등반은 절대적으로 날씨에 의존하는 종목이다. 아무리 빙벽등반을 하고 싶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얼음이 얼고, 등반가는 빙벽등반을 할 수 있다. 서두에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며칠 전까지의 차디찬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축축한 영상의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공기를 이루고 있었다. 불과 하루 만에 -10°C에서 영상 10°C로 기온이 올랐다.

빙벽 중단을 부드러운 무브로 오르는 등반가 공병호씨. 그의 몸에는 가늘고 긴 붉은 줄이 까마득하게 이어져 있다.

대둔산·천등산 부근의 60m 빙벽

서울에서 3시간 남짓 거리의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부엉바위로 향한다. 주변에 위치한 대둔산과 천등산은 암벽등반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수려한 바위가 많다. 풍광도 아주 뛰어나 등산인은 물론 일반인에게 관광지로도 으뜸이다.

겨울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이다. 도로는 이미 젖어 있다. 기온이 너무 높아서 ‘빙벽등반이 가능할까?’ 걱정하며 부엉바위 빙장으로 향했다. 굽은 도로를 지나자 저 멀리 거대한 빙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둔산 부엉바위펜션캠핑장으로 들어서자 완주의 큰 강인 괴목동천이 굽이쳐 흘러가고 있었다. 강 맞은편의 거대한 벽에는 얼음기둥이 장관을 이루었다.

빙벽 앞에 도착하니 두리등산학교 전언식 전 대표강사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부엉바위 빙장은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 빙벽장으로, 두리등산학교 강사진을 포함해 전언식씨의 열정과 추진력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대둔산과 천등산 일대에 사계절 등반지를 조성하기 위해 이곳에 빙장을 만들었다.

아이스바일에 매달려 잠시 숨을 고르는 등반가. 등반은 신체적 능력과 마음을 조절하는 능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등반 길이는 60m, 펜션과 캠핑장이 함께하고 있어 주변 여건이 쾌적하다. 등반 종료 지점에는 하강링이 설치되어 있어 별도의 하강 지점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중초급 등반자들이 선등 연습이나 후등 연습을 하기에 적합하고 제법 난이도 있는 등반도 가능하다.

두리등산학교 공병호씨와 남해원씨가 줄을 풀고 있다. 공병호씨가 등반을 시작한다. 힘찬 오름짓으로 30m를 올라선다. 얼음 확보 기구인 스크루를 설치한 간격이 일정하다. 빙벽등반은 등반자가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기에 선등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선등을 하기 위해서는 등반능력과 경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군더더기 없는 등반이 이어진다. 등반을 마무리한 후 등반 종료 지점에서 후등자 확보를 준비하는 동안 남해원씨가 등반을 이어 간다. 남해원씨는 두리등산학교의 사진을 맡고 있다. 취미로 하는 사진이지만 열정이 대단해 배낭에는 항상 무거운 DSLR 카메라가 들어 있다.

등반자와 확보자 사이는 신뢰가 바탕이다.

40m를 올라서서 잠깐 숨을 돌리는데, 위에 있던 그의 카메라가 나에게 향한다. 늘 찍기만 하다가 찍힘을 당하니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잠시 고민되기도 했다. 포근한 날씨라 얼음 강도가 약해 강력한 스윙보다는 균형을 잡아가며 등반을 이어간다.

얼음벽에 매달려 등반 모습을 촬영하는데, 인공 빙장을 만든 이들의 수고가 느껴진다. 인공 빙장을 조성하는 것은 실로 힘든 일이다. 60m 벽을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내려야 하고, 어렵게 끌어온 전기로 얼음 얼리기 위한 장비를 여러 날 가동한 고된 작업의 결과물이다. 작업도 힘들지만, 많은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노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등반 열정으로 그렇게 명품 루트는 탄생한다. 어떤 보상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일 것이다.

부엉바위 빙장

주소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19-4.
예약 두리등산학교 다음카페(cafe.daum.net/climb114/GSUn/27)
등반길이 60m 전후
숙박 대둔산 부엉바위펜션캠핑장(010-4856-0833)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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