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난리인데 [편집실에서]

입력 2021. 3. 3. 09:19 수정 2021. 3. 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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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퍼서비어런스’라고 들어보셨나요? 제 주변에 물어보니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더군요.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화성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 로버라고 하면, 그제야 “아~” 하실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사는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착륙하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조회수는 2000만건이 넘었습니다. 로켓 엔진에 의해 차오르는 화성의 붉은 먼지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로봇팔 끝에 장착된 드릴로 암석을 채취한 뒤 샘플함에 보관한다고 합니다. 2026년 발사될 탐사선은 2031년 이를 지구로 가져올 계획입니다. 앞으로 10년 뒤면 화성의 흙을 지구에서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화성은 이제 공상 속의 공간이 아닙니다. 기술발전 추이로 볼 때 올해 출생아가 청년이 될 즈음이면 화성여행이 현실화될 수도 있습니다. 화성 궤도에 진입한 나라는 미국 이외도 러시아, 유럽,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 6곳에 달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화성은 여전히 SF소설에서나 나올 얘기처럼 들립니다. 신문과 방송의 메인에는 정치뉴스가 장식하고, 포털사이트에는 부동산과 주식 기사로 뒤덮여 있습니다. 때로 스포츠나 연예기사가 그 자리를 대체합니다. 그 틈에서 화성 탐사는 머나먼 나라의 해외토픽처럼 느껴집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가슴을 설레게 할 장기 혁신 프로젝트가 사라졌습니다. 당장 내일 앞이 급할 정도로 삶에 쪼들린 것이 첫 번째 원인이겠지요. 아이들의 꿈이 교사, 의사, 공무원, 가수로 변해버린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체면을 다 구겼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여기다 강추위에 텍사스의 전력망이 속절없이 붕괴하면서 망신살을 샀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그들의 탐험정신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일본의 제조업으로 인해 붕괴위기를 맞았던 미국이 혁신기업을 앞세워 다시 주도권을 잡은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 우주는 야심차게 준비하는 다음 ‘한수’입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다 메말라 버린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2092년 우주청소부를 다룬 영화 〈승리호〉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전 세계 시청 1위를 차지했습니다. 〈킹덤〉, 〈부산행〉은 한국식 좀비를 창조해 냈습니다. 누군가가 불을 지펴준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언제든 현실 속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안타깝게도 그 역할을 해줘야 할 국회를 보면 한숨부터 납니다. 오늘도 ‘백신을 누가 먼저 맞을 것인지’를 놓고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남들은 달이고 화성이고 난리인데 우리 정치권은 물고 뜯고 싸우기 바쁘다”는 한탄, 언제쯤 그만 들을 수 있을까요.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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