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돼도 '보수 바지사장' 불과"

송창섭 기자 2021. 3.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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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서 적으로'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하는 이수봉 민생당 비대위원장
"진보‧보수 모두 신‧구기득권 세력일 뿐이다"

(시사저널=송창섭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진영 논리에 맞서 '중도 실용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열풍이 몰아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사이 당명이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으로 바뀐 것만 봐도 안철수식 정치는 아직 정치권에 완벽히 뿌리 내리지 못했다.

민생당은 지난해 2월 안철수 새정치의 뿌리인 바른미래당과 호남계인 대안신당, 민평당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20대 국회 후반기까지만 해도 원내 제3당의 당세를 자랑했지만 21대 총선에서 단 한석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민생당이 조직 재정비를 위해 선택한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새정치를 함께 한 이수봉 비대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정책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노동계 정책통 출신이다. 정치권에는 부산 중앙중 동창인 안철수 대표의 권유로 합류했기에 한 때 '안철수의 친구'로 불렸던 정치적 동지였다.

이 위원장은 2월24일 4‧7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그리는 밑그림은 무엇일까. 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기득권 카르텔 혁파'를 화두로 꺼냈다. 이 위원장은 진보와 보수라는 기성정치 문법을 철저히 부정한다. 그렇기에 중도라는 개념도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애게 보수는 '구(舊)기득권', 진보는 '신(新)기득권'이다. 일부 노동조합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의당 역시 그에겐 '신기득권 정당'에 불과하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에 나서면서 그가 내세운 시대정신은 '기득권 카르텔엔 좌우가 따로 없다'다. 그는 박정희 군사독재에 항거한 1세대, 87체제를 이끌어낸 2세대, 여기에 시민사회단체가 결합된 2.5세대 민주화 세력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지만, 기득권에 함몰되면서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안철수 새정치 실패 이유는 '철학의 부재'

제3지대 확장을 부르짖는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는 "구 기득권(보수정권)의 힘을 빌려 신기득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번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구세력의 바지사장에 불과할 것"고 내다봤다. 또 기회주의적이면서 한탕주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친구 또는 정치적 동지로서 지난 9년간 안철수의 새정치가 아직도 현실정치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를 그는 '철학의 부재'로 진단했다. 입으로는 새정치를 부르짖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함께 하던 동지들을 저버리고 권력 획득의 검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을 향해서도 독선적, 교조적이라고 일갈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비기득권 세력을 한데 모아 공정과 존재의 가치에 대한 초지성 사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저서《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를 낸 그의 눈은 이미 서울시장 선거 그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 목표는 무엇인가.

"양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정치구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준다면 그걸로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

선거는 완주하나.

"물론이다. 끝까지 간다."

왜 본인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고 싶어 출마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서 집권당의 해결책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됐다."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내가 2008년 기본소득 책(《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을 처음 냈다. 그때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았는데도 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노무현 정권의 기반은 민주화운동 2기(86세대)와 2.5기(2기+시민단체연합) 연합이다. 나는 그 때도 현장에 있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기본소득 책은 그래서 나온 거다. 기본소득이 현장에 잘 접목되기 위해선 '기득권 카르텔'부터 깨야 한다."

그렇다면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어떻게 보나.

"지나치게 경제 결정적이며 교조적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부터가 필요한데,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보편적 지급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노무현 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갖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말로는 진보였지만, 실제로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걸었는데, 문재인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을 못 건드린다. 소득주도성장을 임금불평등으로 접근하는데, 그보다는 자산불평등 문제가 더 근본적이다. 검찰 개혁도 너무 검찰 내부의 갈등에 매몰됐다."

신기득권층도 있을까. 어떤 세력을 신기득권층으로 보는가.

"이런 말을 쓰기는 그런데, 귀족노조도 신기득권층이다. 자신의 생산성보다 더 많이 받는 지배추구형 계층이 생겨났는데, 귀족노조가 바로 그렇다."

정의당의 현주소는 어떻게 보는가.

"정의당을 진보세력으로 보기 어렵다. 진정한 진보라면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존재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정의당은 그런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교조적 관념론에 빠져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금 민생당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6월 비대위가 출범했다. 1년이 임기다."

20대 의원들은 당적을 두고 있는가.

"물론이다. 박지원 전 의원 만 국정원장으로 가면서 탈당을 했을뿐, 상당수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총선의 내상은 여전한가.

"아주 깊다. 혼란이 다소 있었는데, 지금은 당무위원회도 구성됐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의 시대정신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서민의 대반란, 서울 혁명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연이 깊다.

"안철수 대표는 정치철학이 없다. 본인이 생각하는 새정치는 있었지만 지나치게 단편적이었다. 그랬기에 민주당과 합당 한 것인데, 그건 '권력을 잡기위해서는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안 대표와 정치적으로 결별하게 된 계기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부터 갈라서기 시작했다."

국민의힘과의 통합후보 논의는 어떻게 보나.

"굉장히 안좋게 본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구기득권 세력을 이용하는 거라면 그건 아니다. 제3지대를 모으는 노력을 하진 않고 되레 본인 손으로 부수지 않았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안 대표를 도왔는데 본인이 되레 제3지대를 깼다."

안 대표가 권력욕이 큰 걸까.

"정치적 가치보다 정치공학적 판단이 우선했다고 본다."

지지율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앞선다. 안 대표가 거대 야당을 이기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독자적인 세력 없이, 개인 인지도만으로 서울시장이 되는 것은 구기득권 세력의 바지사장, 그 이상이 되기 어렵다. 선거에 이겨도 말이다. 이건 정치적 자살행위다."

안 대표와 갈라서는 사람들은 강성 '반안철수 세력'이 되더라. 왜 이럴까.

"사람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 섬세한 배려가 약하다."

안 대표도 제3 중도정치가 쉽지 않으니, 국민의힘과 손 잡는 거 아닐까.

"중도는 없다. 내가 그래서 광주에 가서 중도라는 말을 폐기해야 한다고 한 거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보수, 진정한 진보가 있나. 난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진정한 중도도 없다. 카르텔을 깨는 것 밖에 답은 없다."

이수봉 민생당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라임·옵티머스 증권범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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