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교회·절이라도 이랬을까..이슬람사원을 향한 불편한 시선들

김지선 2021. 3.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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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다가 멈춘 대구시 북구 대현1동의 한 주택가.

2층 건물의 뼈대만 남긴 채 공사는 기약 없이 미뤄졌는데요.

주변에는 '주거밀집지역 한복판에 이슬람사원 건립 결사반대'라는 현수막도 붙었습니다.

이슬람 사원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단체로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이들은 소음과 악취,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준 관할 구청에 탄원서도 냈습니다.

건축법상 하자가 없어 달리 방도가 없지만, 구청은 일단 건축주 측에 공사 중지를 통보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경북대 인근으로 대학생을 상대로 원룸, 고시텔 등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해 학생들이 입주를 꺼리는 상황에서 모스크까지 지어지면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한 주민은 "경북대생에게 한 달에 30만∼40만 원씩 받다가 지금은 궁여지책으로 외국인들에 10만∼20만 원에 월세를 놓고 있는 처지"라며 "구청에서 땅을 매입하든 앞으로도 건축 허가를 안 내주든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이 일대를 다 사들이면 슬럼화될 수 있고 여러 명이 모여 기도하는 만큼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우리 동네 같았으면 불태워 없애 버린다', '저거 세우고 참수 생겨날 거다' 등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는 "교회나 성당이었다면 성급하게 공사 중단 조치를 했을지 의문"이라며 종교 자유를 침해하고 이주민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는데요.

이슬람교 관련 시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국이슬람중앙회 서울중앙성원에 따르면 전국에 모스크 20여 개, 무살라(기도실) 130여 개가 있는데요.

생길 때마다 크고 작은 몸살을 앓았던 지라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외부로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자체 커뮤니티 운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엔 한 지자체가 주민 불안 등을 이유로 이슬람교 재단법인 설립을 불허해 논란이 일기도 했죠.

기관마다 통계는 다르지만, 국내 무슬림은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며 신도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 사회가 종교적으로 다원화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갈등은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전문가들은 이슬람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승훈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전 세계에서 신도가 두 번째로 많은 종교인데다 그 스펙트럼도 넓은데 우리에겐 탈레반, 이슬람국가(IS) 같은 극우 테러리스트 이미지가 깊이 박혀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제주에 온 예멘인이 난민 신청을 했을 때 이슬람교가 성폭행을 허용한다는 등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많이 돌아다녔고, 이것이 편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문화와 공존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인의 경우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일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는 건데요.

이러한 고정관념은 부모 등 주변인에 의해 답습, 더 공고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내 무슬림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든 실정인데요.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종교인구조사에서 이슬람교는 답변 항목 자체가 빠져있다"며 "가장 좋은 것은 정부가 직접 통계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대구의 경우 관할 구청이 주민 의견 등을 취합,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요.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을 맡은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중고교에 종교 관련 수업이 따로 없는데,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이웃 종교도 선입견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교과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박현도 교수는 "한국인이 무슬림을 포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숙제는 아니다"라며 "다양성, 민주주의, 남녀평등 등 그들 역시 우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한영원 인턴기자 최지항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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