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단지 지난해에만 세 번 폭발..노동자 일터는 여전히 불안하다

대전CBS 김미성 기자 2021. 3. 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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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LG화학서 잇따른 폭발 사고
서산 대산단지서 매년 크고 작은 사고 반복
노동자들 "줄줄이 예정된 유지보수..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해"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복구 후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60여명의 부상자를 낸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는 4일로 1년이 된다.

롯데케미칼 측은 대산공장 공정을 재가동하며 향후 3년간 5천억 원을 안전환경부문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대산단지 노동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1. 3. 2 서산 롯데케미칼 사고 1년…"금 간 배관에서 폭발")

◇쾅·쾅…지난해 대산단지 폭발 사고 잇따라

지난해 3월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직원과 주민 등 60여명이 다치고 12만여 ㎡의 공장과 시설물이 탔다.

지난해 5월 19일 오후 2시 25분쯤에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포장실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연구원 한 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사고가 발생한 사이에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도 폭발사고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대오일뱅크 등에 따르면, 대산공장 열교환기 응축기 설비에서 지난해 4월 24일 오후 8시 45분과 10시쯤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응축기 바닥에 소량에 유황가루가 남아있었는데, 강풍에 의해 이물질과 접촉·마찰하면서 압력이 형성돼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현대오일뱅크 측은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폭발 사고가 발생한 현대오일뱅크 열교환기. 폭발 후 휜 건설자재 등을 1차 철거한 뒤 모습. 노동자 제공
사고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대정비(생산 설비 보수 과정)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은 배관 안쪽의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퍼지' 작업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그렇게 큰 규모의 폭발은 아니었다"면서도 "유황가루 제거 작업을 시행했지만, 남아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자 A씨는 당시 폭발 규모에 대해 "100m 정도에서 폭탄이 터지는 줄 알고 땅바닥에 엎드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며 "폭발로 인해 주위의 철빔이나 건설자재가 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정비에 투입된 인원만 5천 명 이상이었는데, 폭발 당시 열교환기가 오픈돼있었고 휴식시간이라 주위에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없었다"며 "이런 사고가 반복되다 보니 작업자들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불안하다"고 했다.

해당 사고 이후 현대오일뱅크는 강풍에 의한 이물질 유입 및 마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사고 관련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대형사고…"언제 터질지 모른다" 불안한 노동자들

롯데케미칼 측은 지난해 12월 30일 사고가 났던 대산공장 NC공정의 상업 생산을 약 10개월 만에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재가동과 함께 발표한 '특별 안전환경 강화 대책'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사업장 안전환경 전문인력을 2배 이상 확대하고, 공정 설비 안전 중심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성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터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자 B씨는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이후 "일단 외형적으로 파손된 건 다 복구가 됐다"면서도 "전체를 철거하고 공사해야 하는데 공장 상당 부분을 재활용해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까지는 아니어도 조그마한 사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고 B씨는 털어놨다.

사고가 발생한 뒤 사측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원인과 처리 과정 등을 밝히지 않아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B씨는 "이 정도 사고였으면 사고 조사부터 결과까지 투명하게 오픈을 해야 했지만 그런 부분이 생략됐다"며 "소문과 뉴스 내용 정도만 알기 때문에 불안하다. 사고는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산공단 곳곳에서 일했던 노동자 A씨 역시 "대산공단에서는 지금도 현장 노동자가 위험해서 작업을 못 하겠다 의사 표현을 해도 빨리 작업하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며 "중량물을 인양한 뒤 설치장소까지 이동을 못 하는 데도 (관리자가) 크레인 기사에게 조금만 더 더 하다 전복사고가 나거나 와이어가 끊어지는 사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달부터 대산단지에는 한화토탈 유지보수 공사를 시작으로 줄줄이 크고 작은 유지 보수 공사가 예정돼있다"며 "최대인력을 투입해 야간작업까지 하는 대정비 때 특히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다 보니 정비를 앞두고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안전은) 단시간에 투자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3년 동안 꾸준히 안전환경부문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계속 개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결론이 안 난 상태라서 함부로 얘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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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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