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성찬 때 천주교는 포도주, 개신교는?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1. 3.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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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미사 중 성체 성사 때 쓰이는 밀떡(왼쪽)과 포도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술을 대하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태도 차이

#풍경1

1980년대말, 강원도 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던 저는 사단 군종신부님의 초대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고교 동창 한 명이 사단 본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군종병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신부님께 말씀드려 외박을 신청해주었던 것이지요. 사제관에 갔더니 신부님은 “철책에서 고생하다 왔네? 잠깐 기다리셔~”라며 외출했습니다. 한참만에 돌아온 신부님은 양손에 큰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삼겹살, 한쪽은 소주였습니다. 그날 신부님과 동창 그리고 저는 혼절(?)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마셨습니다. 그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신부님 두 손 가득 들려있던 비닐봉지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그건 단순히 소주와 삼겹살이라기 보다는 위로와 격려였습니다. 종교인과의 첫 술자리 기억입니다.

#풍경2

2003년 가을, 초보 종교담당기자였던 저는 한국교회봉사단 단장 조현삼 목사님(서울광염교회) 일행과 함께 거제를 방문했습니다. 그해 여름 태풍 ‘매미’가 할퀴고 지나간 남해안의 허물어진 집들을 봉사단이 모금을 통해 복구했지요. 그 완공식에 동행취재한 것입니다. 당시만해도 서울에서 진주까지만 고속도로가 연결된 상태였습니다. 차가 막히지 않는 새벽에 출발해 거제에 도착했을 땐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일행은 부둣가 횟집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사실 회를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동료·선후배들과 횟집을 가도 안주 삼아 조금 맛보는 정도입니다. 종교담당이 된 지 얼마 안 됐던 당시 저는 종교인들과 식사도 별로 해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개신교인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혹시’하는 마음으로 식당에 앉았는데, 목사님과 일행은 “이 집이 밑반찬이 좋지”라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저는 멸치볶음과 김치 같은 반찬을 뒤적거리고 있었죠. 한 5분쯤 지났을까, 일행 중 한 분이 “아 참, 그걸 잊었네!”하시는 겁니다. 귀가 쫑긋했지요. 드디어 소주를 시켜주는 모양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 분의 이어진 말은 “사장님, 여기 사이다 두 병요!”였습니다. 그렇게 제 ‘헛된 기대’(?)는 날아갔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엄격한 절주(節酒) 문화를 절감한 순간이었지요.

음주에 관해 천주교는 관대, 개신교는 엄격

한국만의 특수한 경우이겠으나 술에 관한 한 개신교와 천주교의 태도는 크게 다릅니다. 천주교는 관대하고 개신교는 엄격하지요. 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성경에도 ‘술 마시지 마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대신 ‘술 취하지 마라’고 경고하지요. 또 노아나 롯 등 술 취한 상태에서 짓는 죄에 대해 경계하는 사례가 등장합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광화문광장 미사에서 사제들이 성체를 영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그럼 왜 한국에서 개신교는 금주(禁酒)의 전통이 확고히 자리잡았을까요. 개신교계에서는 한국에 개신교를 소개한 미국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들이 청교도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실제로 선교 초기 선교사들은 당시 조선의 여러 악습(惡習) 철폐에 앞장섰지요. 축첩(蓄妾), 음주, 도박, 흡연 등을 금지하면서 일상 생활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요. 이 전통은 선교 1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개신교도 부활절 등 특별한 날에는 성찬식

2009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개신교 부활절연합예배 참석자들이 성찬식을 베풀고 있다. /조선일보DB

이렇게 술에 관해 엄격한 개신교이지만 연중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음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찬식(聖餐式)입니다. 천주교는 미사 때마다 성찬례(聖餐禮)에서 밀떡과 포도주를 나눕니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나눈 일을 기억하는 전례입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예배 때마다 성찬을 나누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부활절, 성령강림절, 성찬주일, 성탄절과 세례식 때에는 성찬식을 베풀곤 합니다. 개신교 교회들도 최근엔 매월 한 차례 정도는 성찬식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런 때에는 포도주가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성찬 때 쓰이는 포도주도 천주교와 개신교는 좀 다릅니다. 천주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관리 하에 엄격한 기준과 과정을 거쳐 미사주(酒)를 제조해 전국의 성당이 사용합니다. 반면 개신교는 과거 역사가 오래된 교회들은 각 교회에서 1년 동안 사용할 포도주를 직접 담가 성찬식 때 나눴다고 합니다.

개신교는 포도주 대신 포도즙 사용하기도

천주교는 부활대축일이라고 해서 한꺼번에 수만명이 한 자리에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개신교는 과거 수만명이 부활절 새벽에 한 자리에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이 경우 개인별로는 소량이지만 수만명에게 나눌 포도주를 조달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겠지요. 과거 한때 부활절 연합예배를 개신교 보수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진보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번갈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당시 성찬식을 놓고도 보수와 진보가 다소 달랐다고 합니다. NCCK가 주관하는 해에는 참석자들에게 포도주를 나눴다고 합니다. 반면 한기총에서 맡은 해에는 포도주가 아니라 포도즙(주스)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예수님의 몸인 성체(聖體)도 개신교는 천주교와 다릅니다. 천주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조한 밀떡을 나눕니다. 반면 개신교는 여러 가지 빵이 사용됩니다. 교회에 따라 동전만한 크기의 밀전병을 하나씩 나누기도 했고, 큰 빵을 뜯어서 나누기도 했고, 카스텔라 종류의 빵을 얇게 썰어서 나누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13일 서울 사랑의교회 성찬식 때 1인용으로 마련한 밀떡과 포도즙. 대면예배가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성찬식도 변화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제공

포도주든 포도즙이든 성찬식 풍경도 올해는 어려울 듯 합니다. 코로나 때문이지요. 오는 4월 4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도 성찬식 순서는 없다고 합니다.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니 올 연말 성탄절 혹은 내년 부활절 때에는 성찬식이 다시 열리길 기대할 수 있겠지요.

추신:부활절 날짜에 대한 독자님 의견

지난주 레터에 부활절 날짜의 기준이 ‘춘분 후 첫 만월 후 첫 주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날 한 독자분께서 문의하셨습니다. 내용은 ‘올해 춘분 후 첫 만월은 3월 27일 토요일인데, 그 기준에 따른다면 올해 부활절은 다음날인 3월 28일이 맞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도 무심코 넘긴 부분이라서 부활절연합예배 사무총장인 변창배 목사님께 문의했습니다. 의문을 풀 해답은 ‘만월 후(後)’에 있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춘분 후 첫 만월이 뜨는 것은 3월 27일 저녁입니다. 그런데 이 보름달은 주일인 다음날 새벽까지 떠있겠지요. 이 때문에 3월 28일은 ‘만월 후’가 아니라 ‘만월 중’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그 다음 주일인 4월 4일이 올해 부활절이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변 목사님은, 드물지만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는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저도 독자님 질문을 받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좋은 질문해주신 박진곤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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