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 지금 민주주의 허울 쓴 권력이 법치 파괴하는 나라

2021. 3. 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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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조선일보DB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검찰에 남은 부패, 선거, 경제 등 6대 범죄 수사권마저 없애고 검찰은 기소와 재판 관리만 하는 ‘껍데기’로 만들겠다고 한다. 수사권은 법무부 산하 수사청에 넘긴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대통령 수족이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권력 비리와 불법에 대한 수사는 원천 봉쇄된다. 검찰이 전 정권 수사만 계속했으면 검찰에 수사권 박탈이 아니라 수사 권력을 더 많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파렴치 범죄, 환경부 블랙리스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정권 관련 불법을 수사하니 분노해 입법권으로 검찰에 복수하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고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민주화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에서 다수의 힘을 이용해 헌법 정신과 법 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한 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정권의 수족인 법무부조차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법안에 찬성하면 직무유기로 처벌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를 밀어붙였다. 대통령은 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부산에 내려가 가덕도 공항 선전을 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표를 달라는 것이다. 선거 개입 금지를 규정한 법을 노골적으로 짓밟았다. 국제사회가 인권침해라고 반대한 대북전단금지법도 강행 통과시켰다.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큰 5·18법도 강행 통과시켰다.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과 나라의 형사 사법 체계를 바꾸는 공수처법을 단독 강행 통과시켰다. 공수처장 야당 거부권 조항도 단독 강행 처리로 없애버렸다. 전문가들이 반대한 임대차법을 강행 처리해 전월세 고통을 가중시키고는 모른 척한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반민주적 행태다.

대법원장은 여당이 정권 관련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겁주기 위해 강행한 ‘억지 탄핵’에 후배 판사를 희생양으로 바쳤다.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울산시장 선거 공작, 조 전 장관 범죄, 사법 농단 등 재판을 맡은 친정권 성향 판사들은 인사 원칙을 정면으로 어겨가며 같은 자리에 ‘붙박이’식으로 근무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주범인 전직 장관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중범죄였다. 그런데 그에 앞서 그 장관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관행이어서 위법이라는 인식이 희박했을 것”이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청와대 변호사를 자처하는 판사들도 적지 않다.

작년 내내 벌어진 검찰총장 찍어내기는 불법을 넘어 공작에 가까웠다. 정권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아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유임하거나 영전됐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무죄 만들기에 가담한 검사도 없는 자리를 만들어 영전시키더니 수사권까지 쥐여줬다.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박탈은 이런 법치 파괴 행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회 입법권을 정권 안보에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윤 총장이 사퇴하고 검찰이 정권의 충견으로 되돌아가면 검찰 수사권 박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없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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