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흑석 선생’ 배지 달다
2008년 파주시 비례대표 시의원이 ‘공문서 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그는 2006년 출마 때 당에 ‘2년만 하고 사퇴한다’는 사전 사직서를 냈다. 나머지 임기는 다른 비례 후보자에게 넘기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자 못 물러나겠다고 버티며 사직서를 찢어버렸다. 작년 충남 부여·청양군의회 비례대표 2명은 2년 만에 사직서를 내고 후순위자에게 물려줬다. 임기 나눠 먹기가 실제 이뤄진 것이다. 반면 공주시의회 비례대표는 끝까지 사퇴를 거부했다. 경북 성주에선 사퇴 약속을 지키라는 기자회견까지 열렸다.
▶국회 상임위원장 임기를 쪼개는 일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패배로 중진들 간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이 극에 달하자 2~3명이 1~2년씩 상임위원장을 나눠 맡는 편법을 썼다. 하지만 일부는 사퇴 시한이 돼도 물러나지 않았다. ‘입원 농성’까지 벌이다 결국 징계를 받았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김진애 의원이 2일 서울시장 출마와 여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했다. 그가 물러나면 후순위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승계한다. 김 의원은 오는 8일까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서 이긴 뒤 사퇴해도 된다. 그런데도 굳이 먼저 사퇴를 선언했다. 그래서 “김의겸 배지 달아주기용”이란 말이 나온다. 친문들은 작년 김 전 대변인이 낙선하자 “그를 국회로 보내자”며 ‘김진애 사퇴 운동’을 벌였다. 그게 실제 이뤄지는 것이다.
▶김 전 대변인은 2018년 재개발 예정지인 서울 흑석동 상가 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가 투기·특혜 대출 의혹을 받았다. 이 정권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언한 바로 그 시점이었다. 10억원 넘는 대출을 받고 청와대 직원 관사에 입주하는 편법을 쓰면서 ‘영끌 투자’를 했다. 그러곤 “아내가 상의도 않고 투자했다”고 했다. 이듬해 이 집을 팔아 8억8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 그래서 ‘흑석 선생’이라 불렸다. 그는 총선에 출마하며 세금 등을 뺀 차액 3억7000만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했다. 기부했으니 공천을 달라는 얘기였다.
▶선거 악영향을 우려한 민주당의 만류에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약속을 깨고 열린민주당에 합류했다. 그러고도 고배를 마셨지만 끝이 아니었다. ‘김진애 사퇴’ 카드가 있었다. 관사 재테크와 부동산 투기, 아내 탓, 공천용 기부, 약속 파기라는 온갖 논란에도 또다시 ‘임기 나눠 먹기’식 방법으로 배지를 달게 된 것이다. 이 사람의 내로남불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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