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에 토지보상금까지.. 30억 기부한 노부부 사연
“느닷없이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어요. 저희가 사는 거 보시면 그만큼 기부할 재력이 있는지 헷갈리실 텐데···.”
2일 수화기 너머로 들린 전종복(81)씨 목소리가 편안했다. 전씨는 아내 김순분(73)씨와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국민추천포상은 우리 사회를 밝힌 숨은 이웃을 국민이 직접 추천하면, 정부가 포상하는 제도. 2012년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전씨 부부는 평생 아껴 모은 30억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지난해 ‘부부의 날’(5월 21일)에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기부했다.
전씨 부부는 ‘부자’가 아니었다. 병원 총무과장으로 일하던 전씨는 월급을 한 푼 두 푼 억척스럽게 모았다. 월급 2만원 받던 시절, 2000원만 쓰고 1만8000원을 저축할 정도였다. 집이 물에 잠겨 연탄 수백장이 젖자, 모두 말려 3년을 더 쓰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땅을 샀고 보상비까지 받게 됐지만, 전씨 부부는 “노력하지 않고 생긴 돈이라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쾌척했다. 훈장을 받게 된 소감을 묻자 전씨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기부했다는 걸 보고,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남은 재산도 소외 계층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12년간 익명으로 100억원을 기부한 대하장학재단 명위진(79) 이사장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대학생 380여 명이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낸 장학금으로 공부했다. 간암을 앓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병원에 19억원을 후원했다. 그는 “이 정도 후원했다고···, 제가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며 50년 넘게 모은 재산 12억원을 전남대에 기부한 김병양(84)씨, 청량리에서 과일 장사를 하며 아껴 모은 돈 200억원을 고려대에 기부한 김영석(93)·양영애(85)씨 부부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다. 양씨는 “나는 어릴 때 식모살이를 했고, 남편은 열여섯 살 때부터 머슴살이를 했다”며 “초등학교도 못 나온 우리 같은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 참 기쁘다”고 말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지만 27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 전 개그맨 조정현(60)씨는 석류장을 받는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는 총 46명이다.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운영하던 유치원을 교육청에 통째로 기부한 이정숙(86) 원장, 지체장애가 있어 의수(義手)를 끼고 생활하지만, 바다 쓰레기 제거 등 환경 정화 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조상희(66)씨 등 7명은 국민포장을 받는다.
60년 넘게 해녀 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모은 전 재산 1억원을 “훌륭한 인재를 길러달라”며 대학에 기부한 부금현(94)씨 등 15명은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청소차를 운전하는 구청 7급 공무원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이 된 김영익(43)씨,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어린이 환자를 위해 30년 넘게 매달 헌혈한 공군 준위 민진기(53)씨 등 18명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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