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엄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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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엄마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저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아이였어요.’ 암은 어린아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잘못 한 것 하나 없어도 암에 걸려 고생을 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투병할 때, 옆에서 보기엔 오히려 엄마들이 더 고생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모든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밤낮없이 돌보는 일은 엄마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말한다. 나에게는 과분한 아이라고. 그리고 내 목숨과 바꿀 수만 있다면 내가 아이 대신 죽으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
엄마들은 많은 일을 한다. 새로운 생명이 배 속에서 나와 연결되는 일. 그 생명을 세상으로 탄생시키는 일. 그 작은 생명에게 젖을 물려 키우는 일.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를 거두는 일. 그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를 통하여 알게 된다. 내 안에 이렇게 강한 용기가 있었다는 것도 아이를 통하여 알게 된다. 여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엄마로서는 해내면서 엄마들은 그렇게 한 생명을 길러 낸다. 엄마는 그렇게 내 엄마가 되고,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 생명이 엄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도, 그 뒤에 엄마들이 홀로 남겨져야 하는 일도 세상에는 벌어진다. 세상에는 존재가 아닌 부재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그 사람이 없을 때 못 견디게 괴롭다면, 그 괴로움은 내가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했다는 증거가 된다. 존재는 사랑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부재는 사랑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아이의 부재는 엄마의 사랑을 다시 한번 알려주며, 엄마들은 아이가 나에게 과분했다는 말을 한다. 사랑이 클수록 과분함이 크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엄마들의 사랑을 다 알지 못할 것이다. 다만, 어떤 이유로 만나 부모 자식의 연을 맺고 내 안의 사랑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드러낼 수 있었음에 과분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아주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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