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바로 알아야 현재 삶 향유할 수 있어"
10대 아들 잃은 뒤 본격적으로 매달려
연구소 세워 오랜 기간 관련문제 탐구
"죽음은 모두의 문제.. 진지하게 생각해야
웰다잉 위해서라도 제대로 이해할 필요"
'죽음을 왜 두려워하나' 등 서적 잇단 출간
"교회조차 연구 부족해 개탄스러워" 일침도
‘영원한 시각에서의 삶’을 뜻하는 이폴연구소(EPOL·Eternal Perspective Of Life)를 설립해 죽음을 탐구하는 황명환(63) 서울 수서교회 담임목사가 저서 ‘죽음 인문학-인류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두란노) 서두에 내놓은 화두다. 죽음과 천국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하나님 나라를 소망해야 하는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천국을 바라보며 순례자로 살아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가르치기 위해 연구소를 시작했다고 밝힌 황 목사는 “철학의 목적은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고 종교의 목적은 죽음을 해결하는 것인데, 교회에서조차 죽음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죽음을 반추하다 보면 결국 인생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가를 말하게 된다”며 웰다잉을 위해서라도 죽음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배우면 남은 생이 더 귀해진다’는 깨달음으로 목회와 함께 죽음 문제에 천착해 온 황 목사는 최근 ‘죽음에서 삶을 배우다’(두란노)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이폴출판사)를 잇달아 펴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인생 공부’라고 전제한 황 목사는 ‘죽음 인문학’에서 기독교·유교·불교·뉴에이지·힌두교·이슬람교 등 각 종교와 사상이 이해하는 죽음에 대한 정의를 정리한 후 왜 죽음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죽음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책을 집필한 황 목사는 “죽음을 배움으로써 현재의 삶을 좀 더 값지게 살아가게 하며, 삶의 참 주체가 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임”을 주창한다.
황 목사가 죽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10여년 전 사고로 17살짜리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과 황 목사가 몸소 겪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암투병과 큰 수술이다. 또한 나이와 관계없이 불현듯 닥치는 주변의 숱한 죽음을 목회자로 겪으며 죽음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3년여 동안 그는 죽음에 대한 책만 읽고 모든 사상과 종교가 말하는 죽음을 연구하고 정리했다.
황 목사는 죽음을 크게 무신론적 죽음이해(무신론·무교·유교·도교), 범신론적 죽음이해(힌두교·불교·뉴에이지), 유신론적 죽음이해(유대교·이슬람교), 그리고 기독교로 나누어 이들이 어떤 죽음이해를 갖고 있는지 살폈다. 연구 결과, 무신론적 죽음이해에서는 천국이 없고, 범신론적 죽음이해에서는 천국이 구체적인 공간이나 장소가 아닌 반면, 유신론적 죽음이해에서만이 천국은 초월적이며 분명한 공간을 가진다. 특히 기독교의 천국은 영원하고 초월적이며 부활한 몸이 거하고 소망이 이루어지는 충만하고 구체적인 장소다.
황 목사는 “죽음을 의식할 때 오늘은 무한히 지속되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잠시 부여된 엄청난 축복의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며 “결국 죽음을 생각할 때 오늘의 삶을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황 목사가 죽음학을 공부하며 내린 잠정결론은 “성공적인 인생은 죽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사는 삶”이다. 나아가 “의학 발전을 통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죽음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죽음의 현실을 인지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고, 죽음을 극복한 삶은 과학이 아닌 신앙을 통해 죽음을 정면으로 직시해야 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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