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톡] 내 '다정함의 총량'을 키우는 법

이승희 마케터·'기록의 쓸모' 저자 2021. 3.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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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작사가의 소셜 미디어에 ‘다정함의 총량’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정함이나 진정성은 태생이고 성향이라 믿었지만, 나에겐 총량이 있는 무언가였나 보다 싶었던 하루. 정작 현실에선 체력이 태도가 되어 살짝 차가운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요즘. 성숙함이 나이를 따라오지 못할 땐 운동을 하자.”

예전에 아는 팀장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온종일 회의하고 돌아왔는데 팀원들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할 때면 그날의 에너지가 다해 ‘나 오늘은 다정하게 말할 에너지가 다 했어.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어. 그러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나도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팀원들과 대화할 수 있더라고.”

그동안 살면서 다정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정함의 총량’은 정말 정해져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대화의 성패도 갈렸다. 살면서 나의 좋은 에너지가 충분치 않으면 누군가의 말을 소화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이야기도 내 마음 상태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것을.

예를 들어,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에는 사소한 농담이나 질문도 잘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에는 질문 하나도 너무 버겁고 ‘왜 나한테?’나 ‘의도가 뭐야?’라는 식의 불만과 오해가 피어올랐다. 그럴 때 농담은 더더욱 듣기 싫었다. 심지어 우리는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각자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생긴다. 감정까지 좋지 않을 땐 더 큰 오해를 낳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중요한 건 체력이 아닐까. 체력을 키우고,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기분에 따라 감정을 마구 표현하는 불편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집에 가서 매일 자책하며 이불을 뒤척이는 날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의 저자는 만약 어느 날 뚜렷이 기분이 좋지 않다면 아래의 세 가지 질문을 꼭 해보라고 말한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었니?’ ‘오늘 밤은 제대로 잤니?’ ‘운동은 좀 하고 있니?’

둘째는 머리를 맑게 해야 한다. 감정은 수용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머리가 무겁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샤워를 하자. 물에 씻겨 내려가면 한결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호의를 곧이곧대로 받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체력을 기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보는 것이다. 숨겨진 의도와 의미라도 있는 듯 깊이 파고들면 서로 오해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냥 내가 보이는 그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으면 된다. 상대방이 보여주는 그 마음 그대로를 받으면 된다.

그러려면 나의 에너지가 좋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도 내 컨디션이 좋아야 생기는 것이니까. 컨디션뿐만 아니라 언어로 상대를 정의하지 않는 태도와 상호 신뢰하에 오해를 조정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렸어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인생은 오해와 이해의 연속이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떨어진다 싶으면 생각의 파장을 딱 멈추고 볼 일이다. 불필요한 감정에까지 파고들어 나 자신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 체력을 기르고 곧이곧대로 듣는 연습을 하자. 그것이 상대방을 오해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의 하나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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