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녀 스마트폰 문자 보면 인권침해라는데..
인천광역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51)씨는 지난달 중순 초등학교 5학년 딸의 스마트폰을 봤다가 딸이 7~8개의 익명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에는 학생들끼리 가출 경험이나 술·담배 구하는 법 등을 공유하는 방도 있었다. 박씨는 다음 날 곧바로 딸의 스마트폰에 앱 이용 내역을 원격으로 확인하고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앱을 설치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유모(46)씨도 최근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걱정이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동영상 공유 앱이나 랜덤채팅 앱에 선정적인 영상이 올라오거나 서로의 신체를 찍어 주고받는 경우도 많고,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는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믿기 힘든 욕설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등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한 ‘몸캠피싱’ 범죄도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익명으로 카카오톡 대화를 제안한 뒤, 음란 영상 통화나 화상 채팅을 유도해 금전을 갈취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위치를 추적하거나, 문자메시지·방문 사이트 기록을 확인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고등학생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청소년 스마트폰 통제 앱 개발 업체들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들이 각종 유해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황에서, 아예 자녀 교육을 포기하라는 얘기”란 반발이 나온다.
2일 인권위는 “청소년 스마트폰 통제 앱은 청소년의 개인 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부모의 친권(親權)을 앞세워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폰 통제 앱의 부가 기능에 대해 방통위에 인권침해 요소를 파악해 필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통제 앱들은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앱 사용, 사이트 방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자녀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원격으로 특정 앱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
인권위는 인터넷상 유해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통제하는 것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일부 학부모는 반발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맞벌이를 하며 중3·중1 두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45)씨는 “출근해서도 아이들이 학원에 잘 도착했는지, 이상한 곳에 가진 않는지 확인하고, 무분별하게 스마트폰을 쓰다 안 좋은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부모 역할 아니냐”며 “이런 것을 인권침해라고 하면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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