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결실 거둔 '굉음의 집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모과이'가 데뷔한 지 무려 25년 만에 처음으로 UK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판매량에 집착하는 팀은 아니지만 멤버와 팬들의 축하 글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의 내한공연에서 그들은 비행기 이륙 음량(130데시벨)을 뛰어넘는 굉음의 신천지를 들려줬다.
모과이의 음악은 그러나 처절한 만큼 아름답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44 Mogwai 'Ritchie Sacramento'(2021년)
하긴 차트 신경 쓸 거였으면 애초에 이런 음악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과이의 음악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찾는 일은 우물가에서 복숭아 향 탄산수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10∼20분을 우습게 넘기는 긴 연주곡이 전매특허다.
이들이 쓰는 청각적 각본은 대개 기승전결 대신 ‘조용히-시끄럽게-더 시끄럽게’의 공식을 따른다. 예쁘장한 기타 분산화음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증폭된 사운드가 노도처럼 몰아치더니, ‘이게 최대’라고 믿는 순간 끝내 한 단계 더 볼륨을 높여 종말로 치닫는다.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의 내한공연에서 그들은 비행기 이륙 음량(130데시벨)을 뛰어넘는 굉음의 신천지를 들려줬다. 모과이의 음악은 그러나 처절한 만큼 아름답다.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을 다룬 다큐멘터리 ‘지단, 21세기의 초상’(2006년)의 사운드트랙을 맡았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두세 대의 전기기타가 첩첩이 겹쳐 뿜는 두터운 노이즈가 SF 액션영화의 총체적 파괴 피날레처럼 통쾌하다.
모과이는 괴이한 노래 제목들로도 이름났다. 팬들이 ‘연습실에 랜덤 제목 생성기라도 숨겨둔 게 아니냐’고 할 지경.
‘묶인 청소년들에게서 온 쾌활한 파도’ ‘태양에서 너무 시끄러운 냄새가 나’ ‘당신은 라이오넬 리치요’ 등의 노래 제목은 마치 현대미술관에 걸어둔 추상화가의 고약한 유머 같다.
첫 앨범의 첫 곡 제목 ‘Yes! I Am a Long Way from Home’은 신작 마지막 곡 제목 ‘It‘s What I Want to Do, Mum’과 묘하게 대구를 이룬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1314만 분(25년)짜리 연주곡을 멈추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인민검찰원-日帝 특별경찰 연상시켜”…‘중수청’ 검사 반발 확산
- 檢 "수사권 박탈땐 권력비리 무죄 속출" 與에 직격탄
- 윤석열의 마지막 전쟁? 檢수사권 대국민 여론전 뛰어들다
- 윤석열, 수사청 반발…“검찰 안굽히자 포크레인 끌고와”
- 靑, 윤석열 중수청 반대 의사 표명에…“국회 절차에 따라 의견 개진해야”
- LH직원들,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전 100억대 투기 의혹
- 檢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 차규근 출입국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 檢,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이르면 이번주 공수처로 이첩
- “윤석열, 3월이 결정적 순간” 김종인이 언급한 ‘별의 순간’ 오나
- 尹 중수청 반발에…맞대응 자제하는 與 속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