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논문 증거없고 기초 오류" 리뷰 결과 학술지에 답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계약'을 출간할 학술지로부터 검토 요구를 받은 학자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답변서를 학술지 측에 냈다.
에얄 윈터 이스라엘 헤브루대(경제학) 교수는 2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 편집장에게 보낸 답변서를 공개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증거가 없고 결론 도출 과정에서 기초적 오류가 있다는 취지다.
윈터 교수는 먼저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 인용한 열 살짜리 일본 소녀 '오사키'의 사례에 대해 "이 대목이 매우 문제가 있다"라며 "오사키가 정말로 열 살에 어떤 일이 뒤따르게 될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믿기 어려운 주장이 맞는다는 증거가 논문에 단 하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논문에서 램지어 교수는 "오사키가 열 살이 됐을 때 모집원이 들러 '외국으로 가는 데 동의한다면 선급금으로 300엔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모집원은 오사키를 속이려 하지 않았고, 이 소녀는 열 살이었지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았다"라고 적으며 성폭행이 합법적 계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윈터 교수는 또 "설사 램지어의 추측이 맞고 열 살 된 오사키가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고 해도 이 사례 하나가 다른 10만명의 위안부 피해자에게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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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해석에 게임이론 왜 필요하냐"
그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 하기 위해 차용했던 경제학 이론인 '게임 이론'에 대해서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에서 램지어 교수는 게임이론을 끌어들여 전쟁터에서의 매춘이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성들은 거액의 선급금이라는 '신뢰할만한 약속'(credible commitments)을 요구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계약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윈터 교수는 "'신뢰할만한 약속'은 상대방이 B라는 행동을 하면 A라는 행동을 하겠다는 게임 참여자의 맹세"라며 "위안부의 경우 약속을 지키겠다는 게임참여자(일본군)의 자기 구속력이 빠졌기 때문에 선급금은 '신뢰할만한 약속'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논문에선 양측(일본군·피해여성)의 관계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며 "게임이론을 일본군 위안소의 역사에 굳이 적용해야 한다면 일방적이고 완전히 이기적인 게임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이런 사실을 해석하는 데 게임이론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터넷판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게재한 IRLE는 논란이 일자 종이 논문집 출간을 앞두고 석학들에게 논문리뷰를 의뢰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학 석학인 윈터 교수도 부정적 검토 결과를 밝힘에 따라 IRLE가 과연 예정대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출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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