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중대범죄수사청의 헌법적 문제
수사기관 난립으로 국민 혼란 불 보듯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이어서 중대범죄수차청(중수청) 설치를 위한 법안이 여당에 의해 발의되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 수사권을 이관할 중수청을 설치하며, 검찰은 오로지 기소만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수청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장의 임명방식은 공수처장의 경우와 거의 같지만, 공수처와 달리 조직 규모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직무상 독립성은 명시되고 있지만, 이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그 소속 또한 불분명하다. 더욱이 법안 제22조 제2항에서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그 기준이 불명확하고, 상대 기관과의 협의 절차가 없으며, 이첩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러나 중수청 설치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은 중수청 설치 근거의 부적절성에 있다.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는 “검찰은 기소권뿐만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실질적인 수사인력을 보유하여 수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독점적으로 영장을 청구하고 이를 집행하는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막강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영장청구권 문제는 헌법 사항이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중수청 법안이 의도하고 있는 수사와 기소의 엄격한 분리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중수청 설치는 최근 법무부 장관들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검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법안이라고 보는 국민들이 많다. 이는 이 법안에서 ‘공소청법안’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의결을 전제로 한다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을 없애는 것은 헌법 제89조 제16호 규정(검찰총장 임명 근거)에 위배된다는 점은 생각하고 있는가?
최근 여당의 입법폭주를 보면, 180의석의 힘에 취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비토권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의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북전단금지법, 5·18비판금지법 등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과정은 다수의 횡포, 다수의 독재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리 다수라 하더라도 적법절차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은 지켜야 하는데, 그조차 무시된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회 다수의 힘으로 헌법조차 무시하려는 것인가? 국민을 위해 개혁이라는 명분도 이미 빛을 잃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논리는 망각되었고, 인권을 위해서라는 것도 말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기존의 기구들 사이에 권한을 이양하는 것임에도 과도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새로운 수사기구의 설치는 더욱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진행 중이고, 공수처가 성공할 것인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중수청까지 또 설치하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수처나 중수청은 새로운 기구의 설치이기 때문에 조직과 인력, 권한, 예산, 전문성 및 노하우 등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수사 공백이 생길 경우 피해자는 당연히 국민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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