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결혼은 희망사항

남상훈 2021. 3. 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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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장생활을 하는 조카가 첫 휴가를 맞아 집에 왔다.

첫 휴가를 맞아 집에 온 조카에게 나는 말했다.

결혼적령기의 청춘들이 지나친 경쟁과 고비용의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더니, 정작 우리 조카도 그런 생각을 할 줄 몰랐다.

더불어 우리의 출산율이 세계 꼴찌라는데 조카처럼 결혼을 망설이는 청춘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덜 수 있도록 사회적 공동육아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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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장생활을 하는 조카가 첫 휴가를 맞아 집에 왔다. 이제 스물일곱 살, 한참 생의 에너지가 넘치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나이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이 힘든 시기에 조카는 구직에 성공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취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냥 경험 삼아 넣었던 지원서가 덜컥, 최종 합격까지 이어진 터라 정작 본인 자신을 포함해 가족 모두가 얼떨떨해했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휴일도 없이 거의 자정에 가깝게 야근을 해야 할 만큼 작업 강도가 높고,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에 조카는 한동안 힘들어했다. 그 모양을 보려니 조금은 안쓰럽고 짠했지만 어쩌랴, 그게 인생인 것을. 조카는 다행히 조금씩 적응을 하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조카는 여동생의 딸이었다. 태중의 조카는 제 엄마가 위험한 순간을 맞는 바람에 예정일보다 무려 석 달을 앞당겨 세상에 나왔다. 그런 조카는 아픈 엄마의 보살핌 대신 거의 내 손에서 자랐다. 고맙게도 조카는 잘 자라주었다. 밝고 명랑했고, 제법 공부 욕심도 낼 줄 알았다. 동생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조카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애면글면 키워서인지 조카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은 동생 못지않다. 첫 휴가를 맞아 집에 온 조카에게 나는 말했다. 이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면 되겠다고. 한데,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였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거냐고. 결혼적령기의 청춘들이 지나친 경쟁과 고비용의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더니, 정작 우리 조카도 그런 생각을 할 줄 몰랐다. 나는 당연히 결혼은 해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결혼해서 단맛 쓴맛 신맛도 보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늙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한데, 조카는 아이는 더더욱 낳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니. 나는 조카를 키울 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 너를 돌보느라 내 시간들을 욕심껏 나를 위해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따져보면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더 의미 있고 빛난 일이었다고. 그러니 너도 꼭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보라고 했다. 조카는 즉답을 피했다. 하긴 조카뿐만이 아니라 이제껏 미혼으로 사는 나를 부러워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말해주곤 했다. 혼자인 삶이 단출해 보이지만 부부가 나눠 감당해야 할 몫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삶은 그만큼 더 힘들고 곤고하다고. 그러니 결혼하라고. 가족이 주는 위로와 에너지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정말, 조카가 부디 좋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평범한 길을 갔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의 출산율이 세계 꼴찌라는데 조카처럼 결혼을 망설이는 청춘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덜 수 있도록 사회적 공동육아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좋겠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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