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2 선수 의무 출전' 규정..상식 거스르는 K리그

황민국 기자 2021. 3.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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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빼내고 골키퍼까지 교체
모양 갖추기 '편법' 취지 퇴색

[경향신문]

지난 시즌 경기 중 후반 5분에 교체돼 들어가고 있는 K리그1 FC서울 공격수 알렉산다르 페시치(위 사진)와 지난달 27일 FC서울전에서 후반 32분 골키퍼 송범근과 교체돼 들어간 전북의 2001년생 김정훈. 프로축구연맹 제공
교체카드 5장 한시적 확대 맞물려
수원FC·인천은 전반전 조기교체
전북은 후반 막판에 수문장 바꿔
룰 억지 적용 ‘되레 독’ 지적 나와

선수 교체가 제한된 축구에선 부상과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니라면 전반전에 선수가 바뀌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지난 주말 개막 팡파르를 울린 K리그는 상식을 거슬렀다.

일부 사령탑들은 올해 첫 경기에서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선수 교체를 했다. 수원FC는 지난달 27일 대구FC 원정에서 측면 날개로 출전한 조상준과 이기혁을 전반 16분 김승준과 정충근으로 바꿨다. 하루 뒤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포항 스틸러스와의 1라운드에서 경기 시작 21분 만에 박창환과 김채운 대신 각각 아길라르와 지언학을 투입했다.

선발로 출전했다가 벤치로 내려간 선수들은 모두 22세 이하(U-22)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3장인 교체 카드가 5장으로 늘어난 가운데 U-22 의무 출전 규정(K리그 대회 규정 33조 3항)이 맞물리면서 생긴 일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유망주 육성을 위해 도입한 U-22 룰이 올해 한층 복잡해졌다. 프로축구연맹은 교체 숫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기존 규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둘을 연계하는 후속 조치를 내놓았다.

U-22 선수가 1명 이상 선발 출전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 U-22 선수까지 교체로 뛰어야 5명까지 교체가 가능하도록 세부 내용을 바꾼 것이다. U-22 선수가 교체로 뛰지 않으면 교체는 지난해처럼 3명만 허용된다.

경쟁력이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풍부하지 않은 각 구단들이 저마다 해법을 찾은 가운데 수원FC와 인천은 전반전 조기 교체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우리 팀에는 U-22 자원이 골키퍼를 포함해 4명뿐이다. (전반에) 2명을 교체한 것은 계획에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1 초유의 4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도 개막전에서 5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하기 위해 일종의 ‘편법’을 썼다. 전북은 후반 32분 주전 골키퍼 송범근을 빼고 2001년생으로 U-22 룰에 해당되는 골키퍼 김정훈을 넣었다. 경기에서 골키퍼를 바꾸는 것은 드문 일인데 이미 교체 카드 3장을 쓴 전북은 한교원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변수가 발생하자 프로 3년차 김정훈에게 데뷔 기회를 줬다.

축구 현장에선 U-22 룰이 상대 체력을 빼놓는 카드나 교체 카드 5장 확보를 위한 편법으로 쓰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수 강원FC 감독은 지난 1일 울산 현대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U-22 룰이 복잡한데,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15분 만에 2명을 교체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 어린 선수를 키우는 것에 부합하는지 묻는다면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울산전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단 3명만 교체 선수로 활용했다.

U-22 룰로 선수 교체를 억지로 늘린 것이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U-22 룰을 활용하는 게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데 교체가 너무 잦으면 조직력이 와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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