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서 비행물체를 봤다고요? '일말의 증거' 좇아 달려가는 과학자

이혜인 기자 2021. 3. 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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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UFO 스케치' 4일 개봉

[경향신문]

다큐멘터리 영화 <UFO 스케치>는 UFO의 흔적을 진지하게 뒤쫓는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의 여정을 기록한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들이 나타나기 전에, 탁구공이나 물방울 혹은 민들레 홀씨가 나타납니다. 아, 왔구나.”

햇살이 좋은 어느 날. 한 남자가 진지하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온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며, 외계인들이 자신과 같은 선택받은 사람 몇몇에게 하늘을 통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남자의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시종일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UFO 스케치>의 한 장면이다.

<UFO 스케치>는 UFO의 흔적을 매우 진지하게 쫓는 한 사람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인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최고의 UFO 전문가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탄소계 반도체 소자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직 교수다. 서울대 물리학부 시절 UFO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로, 20년 넘게 UFO를 연구하면서 과학적으로 입증하려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맹 교수는 자신이 UFO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시골에서 어느 날 갑자기 UFO를 발견했다는 사람들, 평생 UFO 연구에 매진한 학자들, ‘UFO의 날’을 제정하고 선포하면서 언젠가는 UFO 타운도 만들겠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 등이다. 그중에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황당한 주장들도 섞여있다. 수시로 UFO를 발견하고 찍는다는 한 제보자는 맹 교수에게 사진 여러 장을 보여주는데, UFO에 더듬이와 날개가 달려있는 것을 보면 근접 촬영된 벌레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듣자마자 황당하게 느껴지는 주장 앞에서도 맹 교수는 한순간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제보자들이 촬영한 UFO 사진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UFO를 발견했다는 장소에 가서 제보자와 함께 항공 좌표를 확인하며 밤하늘을 관찰하기도 한다.

맹 교수가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들은 ‘학계에서 인정받을 만한 과학적 증거’다. 그는 “(이 넓은 우주에) 외계인이 없으면, 우주의 낭비 같다”며 “현대 주류 과학에서 단정지을 수 있는 부분을 벗어난 영역이 당연히 있다”고 말한다. 근거와 실험을 통해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과학적 방법론에 따르면, UFO가 실재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맹 교수는 “(UFO를) 좀 더 대중적으로 설득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류 학계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깨부술 수 있는 무언가를 좀 더 찾아낼 수 있다면 좋지 않겠냐”고 말한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순수한 호기심과 남들과는 다른 시선에서 출발해 끈기있는 연구로 완성돼왔다. UFO에 대해 철저하게 과학자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며 평생을 추적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영화는 오는 4일 개봉한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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