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법칙]퇴장하는 '소신' 금태섭, 그가 남긴 것은
[편집자주] 실용정치를 표방하며 10년째 제3의 길을 걸어가는 안철수. 자칭타칭 중도의 상징이지만 그 때문에 거대 양당구도의 정치판에서 늘 단일화 물결에 휩싸였다. 그러나 2011년 이래 양보 혹은 무산만 있었을 뿐 경선을 통한 완주는 없었다. '철수'라는 오명도 붙었다. 2021년 그가 또 한번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안철수의 법칙'은 깨질까.
금태섭 전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레이스에서 퇴장한다. '제3지대 단일화'에 참여한 금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밀리면서 야권 후보 중 가장 먼저 떠나는 이가 됐다. 금 전 의원은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안 대표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표와의 경선에서 금 전 의원이 승리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하지만 '야권 승리'에 방점을 찍은 단일화 선(先)제안으로 선거판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인이 내세운 목적에도 들어맞는 결과가 나왔다. 금 전 의원과의 경선 기간 동안 안 대표의 지지율은 줄곧 상승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는 "(안 대표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중도층의 표심이라기보단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 중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표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3지대 인물로 모이고 있는 현상"이라며 "안철수라는 인물을 끌어내는데 금 전 의원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에게 보궐선거 출마는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첫 공식 행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금 전 의원의 이번 단일화 과정은 여권 정치인에서 범야권 정치인으로 탈색하는 과정을 거부감 없이 보여줬다는 면에서 성공적이었단 평가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금 전 의원은 안 대표와의 경선을 통해 체급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토론에서 안 대표를 밀어붙이면서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또 "여당에서 탈당한 후 야권 정치인으로 탈색하는 과정이 제3지대 경선을 통해 잘 드러났다"며 "야권 정치인으로서의 국민적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와의 토론회 과정에서 '퀴어 축제'를 두고 공방을 벌여 이목을 끌었다. 금 전 의원은 지난달 18일 TV토론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해 "퀴어 축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 대표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답하자 금 전 의원은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우리 사회가 차별 없는 사회로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아니라 제3지대에서 안 후보와 제가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성소수자처럼) 힘없는 분들, 목소리 없는 분들, 자기를 대변해주는 정당이 없다는 분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일"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와의 TV토론에서 안 대표의 새 정치 성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금 전 의원은 "안 후보께서 10년 전에 새 정치 기치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안 후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한 게 뭐냐는 말씀을 한다"며 "이제는 유능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도전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물었다. 새 정치를 표방하며 나왔던 안 대표가 실상 이룬 게 없고, 오히려 기성 정치인화 돼 가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대목이다.
조 상임이사는 "안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하며 들고나온 새 정치라는 개념에 현재 더 어울리는 인물은 금 전 의원인 것 같다"며 "오히려 지금의 안 대표는 '정권 심판론'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어 제1야당과 별반 차이가 없는 위치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금 전 의원은 의견의 다양성과 민주주의 원리의 기본인 견제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향후 금 전 의원이 안 대표 캠프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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