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사업장 옮길 수 있다

정대연 기자 2021. 3. 2. 20: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불법 가건물 숙소 제공·중대재해 발생 땐 변경 허용
이주노동자 단체 "미봉책 말고 이동 자유 전면 보장해야"

[경향신문]

이달 말부터 비닐하우스 등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거나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입국 즉시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고 보험료 절반을 경감받는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근로자 근로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간경화로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 출신 속헹(31)의 사망 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다. 지난해 정부 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70%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에 거주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가 확대된다. 현행법상 이주노동자는 처음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나 계약 만료 시 총 5년의 취업활동 기간 동안 5번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휴·폐업이나 부당한 처우 등 노동자 책임이 아닌 경우에는 횟수 제한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관련 고시를 개정해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을 받지 않는 요건인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를 확대할 계획이다. 비닐하우스 등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거나 농한기·금어기에 권고 퇴사당한 경우가 사업장 변경 사유에 새로 포함된다.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3개월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질병이 발생한 경우,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가 이주노동자 전용보험(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보증보험)과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직장 동료, 사업주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어도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긴급 사업장 변경 사유에 들어간다.

건강보험 사각지대의 해소 방안도 나왔다. 현재 제조업 공장 등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직장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이와 달리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농축산·어업 사업장 이주노동자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된다. 입국 후 6개월간 건강보험 무보험 상태에 놓이는 데다 6개월 후 가입하더라도 직장가입자의 2배 수준인 월 12만~14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직장가입 적용이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는 입국 즉시 지역가입을 적용하고,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제도(22%)와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28%)을 통해 최대 50%까지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에 필요한 준비기간을 사용자 측에 주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농축산·어업 사업장에서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재고용 허가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숙소 개선 계획과 이주노동자의 기존 숙소 이용 동의를 전제로 9월1일까지 6개월간 이 제도의 적용을 유예한다. 숙소 신축 시에는 유예기간을 6개월 더 준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야 인권 침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논평에서 “사업장 변경 사유를 일부 확대해도 이주노동자가 사유를 입증해야 하고, 신청부터 결정까지 많게는 수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사용자로부터 압박을 겪어야 한다”며 “정부가 미봉책만 쓸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 노동권인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