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설렘도 잠시..등교 첫날부터 '진단앱·e학습터' 접속 불안

이성희·김서영 기자 2021. 3. 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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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준비 부족 탓 '오류' 재연에 EBS 원격수업도 차질
학부모들 "또 개학대란" 분통..교사들 "예정된 혼란" 지적

[경향신문]

‘살얼음’ 개학…기대 반 걱정 반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2021학년도 1학기를 시작한 2일 대전 서구 둔산동 둔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신입생들이 일정 간격을 유지한 가운데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새 학년 등교가 시작된 2일, 초등학생 아이 둘을 둔 A씨는 아침부터 건강상태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에 애를 먹었다. 등교 전 아이들의 코로나19 감염 증상 여부 등을 입력해야 하는데 좀처럼 접속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4인 큰아이는 온라인개학에 참석하면 돼 괜찮지만, 매일 등교하는 초2 둘째는 상황이 달랐다. 교무실에 전화를 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온 대로 기존 앱을 삭제한 뒤 새로 설치하고서야 자가진단 앱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뒤늦게 e알리미를 통해 공지를 보내왔다. ‘학교 전화는 불가이니 자가진단 체크를 하지 못했어도 등교 학년은 등교할 수 있습니다.’ A씨는 “이렇게 허술한 자가진단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교육부나 학교 측에서 자가진단 앱을 새로 설치하라고 사전 안내만 했어도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한 지 1년.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새 학기, 새 학년을 맞을 때마다 ‘개학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예측 가능한 학사운영을 하겠다던 교육당국의 확언과 달리 이날도 ‘먹통 개학’이 어김없이 재연됐다.

원격수업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두 사이트 모두 전면 개편해 올해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도록 바꾸었지만 접속부터 원활하지 않았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워킹맘 B씨는 “학교 공지대로 e학습터 회원정보를 변경하고 새로운 학급 수업 수강신청도 했는데 초6 아이가 로그인을 못했다”며 “우리 아이 같은 경우가 많았다더라”고 말했다. 학부모 C씨는 “e학습터 화상수업이 먹통이라 결국 선생님이 (화상 프로그램) 줌으로 급히 바꿔 아이들과 인사만 하고 말았다”며 “새 학기 리셋하면서 지난해 시행착오까지 리셋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EBS 온라인클래스에서도 수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온라인클래스 ‘이용문의’에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500건 넘게 문의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회원 가입 및 탈퇴 등을 묻는 단순 내용이 아니라 ‘학습 종료 버튼이 없다’ ‘업로드한 강의 콘텐츠가 사라졌다’ ‘영상이 PC에서 안 뜬다’ ‘강의를 다 들었는데도 진도율이 안 올라간다’ 등 시스템 안정과 관련된 민원이었다. 신건철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생들이 수업방을 찾아오려면 초대 기능이 정상화돼 있어야 하는데 2월 말까지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시간표 안내 링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은 LMS 개편이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온라인클래스의 경우 시범개통은 지난달 15일, 기능 정상화는 23일, 정상개통은 개학 당일인 3월2일이었다. 최소한 개학 일주일 전에는 정식 개통이 이뤄진 후 자잘한 오류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 예정된 혼란이라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이 LMS 기능 숙지도 제대로 안 된 채 수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탓에 전반적으로 학습 의욕이 떨어진 아이들에게 학기 초기 혼란은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자가진단 앱과 LMS 접속 장애를 인정하며 “안정적 운영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가진단 앱 등록 학생 547만명 중 이날 오전 10시 기준 74%가 자가진단에 참여했다. 같은 시간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 최대 동시접속자는 각각 15만876명, 11만1334명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핫라인을 구축해 LMS 운영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능 오류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응상황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성희·김서영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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