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변수' 만난 검찰개혁 시즌2..여당, 정치쟁점화 우려 대응 자제

김상범 기자 2021. 3. 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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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대 검찰' 전선 고착화 땐 검찰개혁 좌초·보선 악재로
민주당 "예상된 발언" 파장 주시 속 내일 입법안 최종 조율

[경향신문]

국무회의 참석한 신현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뒤를 지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박탈은 법치 말살”이라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시즌2’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분리하기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 등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입법안이 완성되기도 전에 현직 검찰총장이 여론전에 나서면서 검찰개혁 이슈의 폭발성부터 부각돼버린 모양새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자칫 ‘정권 대 검찰’ 전선이 고착화할 경우 검찰개혁의 좌초뿐만 아니라 4·7 재·보궐 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속내가 읽힌다.

민주당은 2일 윤 총장의 반발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라는 분위기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현직 총장이 인터뷰까지 한 것이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향후 당정협의 과정에서 검찰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주도해 온 검찰개혁 의제인 만큼, 윤 총장의 의견과 상관없이 실무적 준비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에서 입법안을 최종적으로 조율한 뒤 최고위원회 보고 및 의원총회 등을 거쳐 3월 중순쯤 완성된 개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특위는 3월 초까지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으나 각종 쟁점에 대한 내부 의견 수렴이 길어지면서 발의 시기도 일부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입법안은 검찰이 현재 갖고 있는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신설법이다. 검사의 직무 및 검찰청의 공소 기능을 손보기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정부조직법 개정안 등도 부수 법안으로 발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공식 대응을 자제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개혁의 완급에 대한 당·청 사이 온도차에서 비롯된 ‘속도조절 논쟁’도 최근 가까스로 봉합된 상황이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총장 관련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이낙연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특위에서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신영대 대변인은 기자들이 윤 총장 관련 입장을 묻자 “총장 임기를 4개월 남겨놓고 하신 말씀”이라며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공정한 검찰’을 만드는 과제에 충실할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을 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해 말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 석상에서 윤 총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기류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 ‘검찰개혁 시즌2’는 철저히 제도적인 개혁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추·윤 갈등처럼 ‘사람 대 사람’의 갈등으로 비화해 제도개혁의 본질이 훼손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보선을 앞두고 이번 사안이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당 검찰개혁특위도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개칭하자는 주장이나,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로 옮기자는 제안 등을 최대한 억누르는 등 ‘로키’(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특위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검사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반발 행보를 지속할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을 향한 강경론에 점차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휘발성이 강한 검찰개혁 이슈의 특성상,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3월 임시국회 정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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