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 찰스 다윈 [이형목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1859년 이래 이보다 많이 과학계에 영향을 미친 단행본이 있을까 궁금하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 영어로 된 책을 사서 앞부분을 읽다가 너무나 생소한 생물학 용어들 때문에 덮어 놓은 지 몇십년이 지난 얼마 전에야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됐으니 말이다. 비슷한 예로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대해서>나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책은 나도 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가진 느낌 중 하나는 과학적 논리 전개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9세기에 과학이 눈부신 발달을 했다고는 하지만 진화의 증거를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세밀한 관찰을 통해 생명을 가진 종들은 영구불변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해 나간다는 것을 이 책은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또 다양하게 일어나는 변이 가운데 가장 유리한 것이 살아남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도 진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당시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현대 천문학은 우주조차도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고 장구한 세월 속에서 진화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생명은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어느 것보다 복잡한 현상이지만 진화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하긴 아인슈타인도 일반 상대론을 완성하고 우주에 적용해 보니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진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방지하려고 ‘우주상수’라고 하는 가상의 항을 추가했다가 실제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 사실이 알려지자 곧 폐기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진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종의 기원이 나오고 70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다.
이형목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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