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석열의 중수청 반대, 막다른 갈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입력 2021. 3. 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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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공개 비판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하는 중수청 설치를 두고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말살”이라며 “검찰 수사권의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도 했다. 검사들이 함께 반발할 경우 제2의 검란이 우려된다.

여권의 중수청 급추진에 윤 총장이 우려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마당에 중수청까지 들어선다면 혼란이 커질 것이다. 또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할 경우 권력형 범죄 등 부패 수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약화될 수 있다고 했는데, 수긍할 만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의 이의 제기는 그 시기와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 검찰의 권한 축소에 저항하는 검찰의 과장이 심하다. 중수청 신설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완성 등 공수처에 이은 2차 검찰개혁 방안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다. 윤 총장이 자신이 정권 편을 들지 않으니 검찰 수사권을 뺏고 쫓아내려 한다고 주장한 것은 지나치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윤 총장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점에서 위험한 인식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작심 발언한 것도 이례적이다. 검찰의 총수라면 오직 수사와 기소로 말해야 하는데 과도하다 싶을 만큼 격한 언사를 동원해 여론전을 펼친 것은 옳은 처신이 아니다.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가마다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중수청 법안의 3월 발의, 6월 입법 완료 일정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중수청 설립이 화급한 사안은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를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윤 총장의 주장으로 검찰의 수사권 박탈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중수청의 당위성 및 설치시기를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막다른 지경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민들은 추미애·윤석열 간 갈등에 지칠 대로 지쳤다. 대검은 윤 총장이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번 일이 여권의 강경 대응과 검사들의 집단 반발 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여권도 검찰 수장의 판단을 여권에 대한 반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윤 총장 발언을 계기로 검찰개혁의 각론, 국가 차원의 수사력 배분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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