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도 부러워한 '수트라이커' 김진혁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3. 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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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김진혁이 지난달 2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개막전에서 수원FC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때 유행했던 ‘수트라이커’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이는 드물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수비를 진두지휘하다가 골이 필요할 때면 거침없이 전방으로 올라가 해결사 노릇을 한다. 수비수와 공격수라는 상반된 포지션에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대구FC 캡틴 김진혁(28)이 그 주인공이다.

김진혁은 지난달 27일 수원FC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맞붙은 2021 K리그1 개막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1-1로 비긴 이날 경기의 주연이었다. 개막전이라 안정감을 중시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0-1로 끌려가던 후반 공격수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김진혁은 후반 31분 팀 동료 황순민의 롱 패스를 잡아챈 뒤 절묘한 돌파에 이은 슛으로 수비수와 골키퍼를 무너뜨리는 동점골을 책임졌다. 적장인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공을 다루는 솜씨만 보면 웬만한 공격수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탄식했다.

김진혁이 수비수와 공격수를 겸업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올해로 프로 7년차인 그는 사실 2015년 대구에 처음 입단할 당시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공격수에선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고전했고 다부진 체구(1m87)를 살릴 수 있는 수비수로 변신했다.

김진혁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골 맛을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진혁은 2017년 4골을 터뜨리며 골 넣는 수비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김진혁은 공격수들이 줄 부상으로 쓰러진 2019년 4월 임시 공격수로 투입돼 한 달에만 4골을 쏟아내며 자신의 재능을 되찾았다. 그해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 입대한 그가 등번호를 공격수를 상징하는 9번으로 달았을 정도다. 올해 전역과 함께 대구 주장직을 맡은 김진혁은 등번호를 7번으로 바꿨지만 여전한 골 감각을 첫 경기부터 입증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미덕인 세상이라지만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김진혁처럼 경기 도중에 포지션이 바뀐다면 더욱 어렵다. 대구가 공격수인 에드가와 박기동, 수비수는 홍정운이 온전한 전력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빈 틈을 메우는 역할을 떠맡았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사실 (김)진혁이가 한 우물을 팔 수 있도록 돕고 싶지만, 팀 사정에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진혁은 주장의 책임감으로 어떤 위치라도 뛸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진혁은 “개인적으로는 수비수를 더 선호하지만 팀이 필요하다면 어떤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다”며 “공격과 수비 모두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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