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유지의 비극' 기후변화 위기

2021. 3.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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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황희 前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조황희 前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2020년 10월 MIT가 발간하는 한 기술 잡지는 인간의 삶을 엄청나게 위협할 15가지 파멸적 위험을 제시하였다. 그 중에서 기후관련 위험은 4가지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2021년 들어서는 2020년이 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였고, 가장 해수온도가 높았다는 과학논문이 발표됐다.

더위와 해수온도의 상승은 독자적으로 발생하기보다 상호의존적이어서 인간의 삶을 더욱 위험에 빠뜨린다. 현재 지구는 약 80억 명의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물, 공기, 식량, 주거 공간, 에너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80억 명의 인류문명 발전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2도나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10년마다 0.2℃씩 상승할 것이다. 2050년의 지구는 100억 명에 가까운 인류가 살아야 한다. 이렇게 증가할 20억 명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 공기, 음식, 에너지를 지구가 추가로 제공하면서 기후변화의 안정화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연은 스스로의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들이 일으킨 공유자원의 비극으로 그 회복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가와 개인이 공유한 지구환경시스템에서 생존을 위해 혹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만 행동한다면, 지구환경은 붕괴될 것이다. 마크 커니 전 영국은행 총재는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난제이지만, 정치인들의 임기는 4~5년이고, 기업의 비즈니스 싸이클은 더욱 짧아져서 단기적인 처방 중심에 머물고 만다"면서 이를 '지평선의 비극(The Tragedy of Horizon)'이라고 지칭하였다.

'기후변화'는 매우 복잡하고 규모가 커서 문제의 전모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쉽지 않다. 이렇게 단기적 과제에 집중하다 보니 '규모의 경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구환경과 같은 공유자원의 딜레마는 종종 지구자원 사용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등 국가간, 지역간, 그리고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갈등의 증폭과 함께 지구자원을 사용할 인구 증가로 인해 지구환경의 악화는 가속될 것이다. 1968년 12월 사이언스지에 개럿 하딘이 기고한 '인구증가로 인한 공유지의 비극'을 주제로 한 논문이 당시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피부에 와 닿는다. 그는 "인구문제는 기술적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도덕성에서 근본적인 확장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런 공유지의 비극에서 탈출하기 위한 실마리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롬은 공동체가 책임 있는 사용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개발할 때, 비극을 피할 수 있음을 여러 국가와 지역의 사례분석에서 발견하였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공유를 통한 공동체 간의 신뢰 형성이다.

2020년 6월 랜드연구소의 블로그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6가지 방식을 제시하였다. 첫째,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누가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둘째, 자원을 사용하는 모든 이용자가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셋째, 의사 결정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넷째, 명확히 정의되고 상호 합의된 규칙을 어긴 사람에 대한 처벌을 확립해야 한다. 다섯째,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분쟁 해결의 메커니즘을 갖추어야 한다. 여섯째, 거대 기업의 경우, 계층적 조직에서 풀뿌리 계층까지 공통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런 제도적 고려와 함께 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이 지구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의 서비스업인 클라우드 게임이나 음원 스트리밍에서도 소비자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환경부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산업에서, 비즈니스 설계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초기에서부터 지구환경과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법령 수립이나 정책개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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