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개항도시 골목길에 보이는 근현대사

박영서 2021. 3.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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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6년 부산포로 왜인들이 들어온다.

전작 '골목길 역사산책:서울편'에서 서울 골목에 깃든 우리 역사를 이야기했던 저자는 이번엔 우리나라 개항도시 5곳의 골목길을 걸었다.

개항도시 골목길에는 그 역사가 지금도 살아있다.

저자는 5개의 개항도시 골목길을 걸으며 그 길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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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개항도시편 최석호 지음 / 시루 펴냄

1426년 부산포로 왜인들이 들어온다. 세종이 삼포(부산포·내포·염포)를 열어 교역을 허락한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왜구라고 불렸던 왜인들이었다. 1592년 부산진으로 왜군들이 들어온다. 임진왜란이다. 1877년 초량왜관 일대에 일본조계가 설정된다. 1905년 관부연락선을 타고 일본 사람들이 부산에 들어온다. 1958년 최초의 원양어선 '제1지남호'가 부산항을 떠나 남태평양으로 떠난다. 1964년 우리 장병들이 부산항에서 월남으로 떠난다. 그러나 장병 5000여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한일국교 정상화 5년 뒤인 1970년 관부연락선을 타고 일본 사람들이 다시 부산에 들어온다. 25년만에 부산 땅을 밟은 첫 일본인 승객은 '쇼와(昭和)의 요괴'로 불렸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다. 이러는 사이 부산은 국제도시로 발돋음한다.

전작 '골목길 역사산책:서울편'에서 서울 골목에 깃든 우리 역사를 이야기했던 저자는 이번엔 우리나라 개항도시 5곳의 골목길을 걸었다. 관광경영학과 교수이자 목회자인 저자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개항도시를 걸으며 잊고있던 역사를 소개한다. 부산, 인천, 목포, 광주, 순천 등 5개 개항도시를 거닐며 '근대'와 '개항'의 의미, 그 안에 속했던 당대 인물들을 만난다. 각 장소마다 얽혀있는 한국의 근대사가 흥미롭게 와닿는다.

이와 더불어 책은 개항도시를 통해 들어온 기독교의 역사까지 소개하고 평화의 의미도 되새겨본다. 예를 들어 고종의 명에 의해 개항한 목포에 근대를 심은 사람들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었다. 선교사 레이놀즈와 유진 벨은 양동 언덕배기 땅을 사들이고 교회, 병원, 학교를 세운다. 인천에는 전쟁과 평화의 역사가 스며들여 있다. 저자는 청일전쟁, 한국전쟁 등으로 상처가 가득한 이 곳을 거닐며 평화를 생각해 본다.

저자는 "대로(大路)에서 쓴 역사는 지배자가 쓴 역사이고 그만큼 화석화된 역사다. 하지만 골목길에는 민초들이 살았던 생생한 역사가 녹아 있다"고 말한다. 개항도시 골목길에는 그 역사가 지금도 살아있다. 저자는 5개의 개항도시 골목길을 걸으며 그 길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견한다. 전통에서 근대로 과감하게 들어간 개항도시 골목길을 걸으면 비로소 역사가 보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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