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기업·은행·국가 신용평가 잣대.. "거래대상까지 ESG 요구"

강민성 2021. 3. 2. 19: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금투자 외 금융거래에도 영향
소비자 관심 급증, 주거래 이동도
전문가 "재무적 이익 뒤따를 것"

"블랙록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ETF의 94%가 그렇지 않은 기존의 ETF보다 더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필립 힐데브랜드 블랙록 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9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서울 중구 명동의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ESG 글로벌서밋; 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의 길' 국제컨퍼런스에 참석, ESG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이 같이 말했다.

국제 자금시장의 새로운 투자동향의 서막을 알리는 말이다. '누가 치즈를 옮겼을까'의 질문처럼 무엇이 기업들을 ESG경영을 하도록 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영사다. 대략 9조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경 원 가량의 자산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올초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진 ESG 투자에 대해 언급하며 투자를 기다리는 많은 기업에게 경고를 보낸다. "모든 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자사 주식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 이미 래리 핑크 회장의 경고 그대로 ESG 투자로의 자금투자 동향의 거대한 물결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블랙록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11월간 전세계 지속가능한 자산에 투자한 뮤추얼펀드와 ETF 투자금액은 총 288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96% 늘어난 수치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글로벌 ESG 경영의 7가지 포인트를 정리하면서 이 같은 블랙록 등 투자자들의 강화된 ESG요구를 그 중 하나로 꼽았다. 이제 자금조달을 위해서 ESG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블랙록은 이미 지난해 투자가 진행 중인 자산모두에 대해 ESG 기준을 반영하도록 하면서 투자를 받는 기업들에게 관련 공시를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의 요구는 기업 자체만의 ESG경영에 머물지 않는다. 거래 대상의 금융사는 물론 거래 대상 기업의 ESG 경영 상황까지 살피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이 같은 요구상황을 담은 대출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ING는 대출 승인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ESG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과 거래가 많을수록 이자율도 낮춰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투자자들의 ESG 기준도 강화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실제 젊은 소비층에서 ESG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6개 환경단체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출하는 35개 은행에 대해 소비자 거부 운동을 전개했다. 또 최근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영국 금융소비자 71%가 은행 선택시 ESG경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넷플릭스, 페이팔, 트위터 등의 기업들은 지난해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은행으로 주거래 은행을 바꾸기도 했다. 유럽에서 화석 연료업계의 최대 대출업자인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은 지난해 3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넷 제로'를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은행, 국가에 대한 신용평가에 ESG 요인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피치와 무디스는 ESG 등급을 1~5개로 나누고 S&P는 0~100점으로 구분해 평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 이 같은 평가가 신용등급 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 반영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ESG평가가 재무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고객들에게 전하는 연례서한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단언하고 있다.

"이제 지속가능성 문제는 전략적 투자 결정을 내린 뒤에 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속가능성 그 자체가 투자 결정을 완성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설계 과정에 지속가능성 이슈를 반영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경영의 요소가 바로 ESG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