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예방의학·원격의료 가속페달.. 국내는 첫발부터 규제 벽

김수연 2021. 3. 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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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격의료 연평균 38% 성장
영국 2013년부터 빅데이터 수집
국내는 의료법 규제 탓에 더뎌
'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 첫발
출처: 프로스트 앤 설리번, Telehealth - A Technology-Based Weapon in the War Against the Coronavirus, (2020. 4)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 체계. 자료: 보건복지부
연구원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의료 혁신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원격의료, 유전체 분석 등 데이터 기반의 의료 시대,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원격의료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채찍질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의료계와 정부가 협력해 원격의료, 데이터 기반 의료가 원활히 제공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제로 의료 선진국에서는 원격의료가 모바일앱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모바일헬스를 넘어, 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환자관리 서비스,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상내원, 개인 응급 대응 시스템 등으로 시장이 이미 세분화 되어 발전해 나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프로스트 앤 설리번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미국 내 원격의료 시장 현황 및 전망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175억3000만 달러(약 20조 8,168억원)에서 연평균 38.2% 성장해 2025년에는 1223억 달러(약 145조 2,616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애초 2020년 3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던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코로나19의 등장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예상 성장률이 상향 조정됐다. 2020년 전년 대비 64.3%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원격의료에 대한 미국 내 의료보험의 미적용,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원격의료 확대를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에 힘입어 시장은 가속 성장 중이다.

반면, 국내 원격의료는 원격의료가 수십년째 가속페달 한번 제대로 밟지 못한 채, 시동만 걸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실감하고는 있으나, 규제와 사회적 갈등이라는 성장 저해 요인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상의 원격진료 규제 때문에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의료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 국내 민간부문 최초로 1차 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의료 실증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의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사업'에 따라, 강원도 격오지에 거주하는 당뇨·고혈압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의료 실증 작업이 착수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시적 규제완화조차에도 의료계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지난해 8월에는 원격의료 등 정부 4대 정책에 반대한다며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총파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원격의료와 함께 의료혁신의 큰 축을 담당하는 데이터 기반 의료 역시 주요 의료 선진국들이 앞서가고 있는 분야다. 이들 국가에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차원의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이미 활발하다.

유전체 분석은 질병의 치료제를 개인 맞춤형으로 개발해 맞춤형 정밀의료를 수행하기 위한 작업의 첫단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유전체 분석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질환에 대응하기 위한 치료·예방법을 정밀화하는 데에도 단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유전체 분석 시장이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전체 분석에 주로 쓰이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의 경우,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5년 40억 달러에서 매년 20% 성장하고 있다. 올해 120억 달러(약 12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 분야는 희귀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 발전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한 일명 '안젤리나졸리 사례'가 알려지면서, 관련 산업이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안젤리나졸리는 BRCA 1/2 유전자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선제적으로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최소 10년간 지원자 100만 명의 유전자, 인종, 성별, 진료기록, 직업,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All of Us'라는 연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340여개 사이트에서 18세 이상 참가자를 등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말 기준 11만여명의 참가자가 모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영국 정부는 유전체 빅데이터 10만 개 수집을 목표로 2013년부터 국민 유전체 정보 빅데이터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확대해 세계 최대 규모인 500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핀란드도 50만 명의 유전체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정부가 바이오 산업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이 사업은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희망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명의 유전체 정보, 의료이용·건강상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골자다.

오는 2029년까지 암, 희귀 난치질환 환자 40만 명과 환자가족 등 일반인 60만 명을 포함해 총 100만 명 규모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모은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은 보건복지부(간사 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해 추진하는 범부처 프로젝트로, 2년간 시범사업(2020∼2021년)을 통해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의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를 위해, 2019년 6월 29일부터 유전체, 임상정보 수집 대상인 환자를 모집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1500여명이 모집됐다. 시퀀싱(염기서열) 데이터, 전장유전체 분석 데이터 등을 도출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장 유전체 분석(whole gene sequencing)은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사업은 바이오 빅데이터 수집·활용 체계를 시범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희귀질환 원인규명 및 맞춤의료, 유전체 기반 의료기기·신약 개발을 활성화해 바이오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들의 자발적 동의와 참여를 바탕으로 임상정보·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해, 희귀질환자 진료 및 산·학·연·병 연구자의 연구 등에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5개 정부·출연연 컨소시움(질병관리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이 사업의 수행을 맡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에는 희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며, 우선 내년 4월까지 희귀질환 환자 모집(5000명)과 선도사업(5000명)과의 연계를 통해 총 1만 명의 임상정보 및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게 된다. 선도사업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등 임상정보 또는 유전체 데이터를 기존에 확보한 사업을 말한다.

희귀질환자 모집과 선도사업(울산1만명게놈프로젝트,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등과 연계해 검체, 임상정보 등을 수집한다. 수집된 임상정보와 유전체 데이터는 질병관리본부의 임상·유전체 관리시스템,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구축돼 분석된다. 또한 분석된 데이터는 데이터 수집에 참여한 희귀질환 환자의 진료 등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폐쇄망 안의 임상분석연구네트워크(Clinical Interpretation Research Network, CIRN)를 통해 산·학·연·병 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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