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동남아 중산층 잡아라"..Z홀딩스 이해진의 첫 미션

김규식,이동인 2021. 3.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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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5000억엔 투자로 승부수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그랩 등 토종 슈퍼앱과도 경쟁
소프트뱅크와 화학적 결합 기대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이 통합해 1일 출범한 Z홀딩스가 일본 내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줄이고 아시아 시장 슈퍼앱 등극을 노린다. 동남아시아는 2025년이면 중산층만 2억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글로벌 플랫폼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2일 네이버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인 밋업데이를 열어 경영통합 이후 첫발을 뗀 Z홀딩스가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국내에서 중소상공인의 창업을 도왔던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일본과 동남아로 확대하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네이버가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Z홀딩스에 소개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 플랫폼이 글로벌 전 지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5000억엔을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Z홀딩스는 도쿄에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가 사업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50대50으로 나눠 가진 Z홀딩스의 지주사 A홀딩스도 이날 출범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미야우치 겐 소프트뱅크 대표와 A홀딩스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이번 통합은 이해진 창업자가 GIO를 맡은 이후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전무하다시피 한 일본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부담감도 상당하다. AI 기술을 중심으로 5년간 5000억엔을 투자해 동남아 사업을 조준하고, 기술이나 서비스에서 앞서 있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따라잡아야 한다. Z홀딩스는 5000명의 AI 분야 엔지니어를 증원할 계획이다. 식당이나 숙박 예약 서비스에도 AI를 적용한다. 일본에서는 '야후 맵스'와 '잇큐.com 레스토랑' 예약에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해 사용자 매칭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음식 배달 서비스 '데마에칸'이 보유한 일본 최대 규모의 배달 인프라스트럭처 활용도 검토해 향후 Z홀딩스가 전개할 서비스의 배송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에서는 그랩을 비롯해 동남아가 키워낸 슈퍼앱과 경쟁도 불가피하고, 중국 서비스들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Z홀딩스 시가총액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비교하면 약 30분의 1 수준이다.

이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소프트뱅크 그룹과의 화학적 결합이 필수적이다. 결국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R&D)에 한계가 있는 네이버와 야후재팬이 존재감을 갖기 위해선 AI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소프트뱅크의 모회사와 연계하는 게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미국과 아시아 IT 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투자처와 Z홀딩스를 연결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바탕으로 최신 데이터를 분석해 일본은 물론 아시아와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겨냥해야 한다.

경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야도 늘고 있을 정도다. 특히 동남아에서 급속한 스마트폰 보급으로 PC를 건너뛴 서비스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랩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결제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슈퍼앱'을 펼치고 있고, 전자상거래에서는 쇼피, 토코페디아 같은 토종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라인은 태국에서 대화 앱이나 배달 서비스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선 와츠앱을 사들인 페이스북과 경쟁에서 밀려 3년 만에 이용자가 1300만명으로 60% 급감하기도 했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매출액 합계는 1조3000억엔으로 일본 1위 쇼핑 업체 라쿠텐(1조4000억엔)에 육박한다. 2022년에는 결제서비스(페이페이, 라인페이)를 통합하는 등 국내에서 발판을 먼저 마련할 계획이다. 2022년 4월에는 결제서비스 페이페이와 라인페이의 QR코드 결제사업을 통합할 계획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양사 간 출혈 경쟁은 시너지로 바뀐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라인페이(약 3700만명)'와 '페이페이(약 1900만명)'로 일본 간편결제시장 선점 경쟁을 펼쳐왔다. 각자 사용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에 나섰다. 이는 네이버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앞으로는 간편결제 통합이나 연동을 단행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비용 부담은 줄일 수 있다. 라인은 동남아에서 이미 라인페이를 운영 중이고, 태국 등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며 핀테크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어 아시아 진출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사업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Z홀딩스의 기업가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슈퍼앱 전략을 통해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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