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배당 늘렸는데..더 늘리라는 美헤지펀드

박창영 2021. 3. 2.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업계 최고수준 배당하지만
작년보다 50% 증액 요구

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대신증권에 배당을 50%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헤지펀드의 한국 기업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대신증권 측에 배당금 50% 증액과 이사보수한도 삭감 등을 촉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지난해 배당금 1000원 기준으로 500원 늘린 주당 1500원을 배당하라는 요구다. 대신증권의 최근 5년간 연결기준 배당성향이 42%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이 헤지펀드로부터 자사주 소각 요구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이 펀드가 SC펀더멘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SC펀더멘털은 과거 국내 기업에 잇단 주주제안을 하며 한국에 이름을 알린 미국계 헤지펀드다. 앞서 2019년엔 대신증권의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며 자사주 소각, 배당금 지급 확대, 부동산 관련 투자 축소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밖에도 GS홈쇼핑, 모토닉 등에 주주제안을 했다. GS홈쇼핑의 경우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요건이 안되는 데도 주주제안을 진행하다 철회했으며, 모토닉에는 배당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해 단기차익을 취한 바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주당 1200원, 우선주 주당 1250원 등 총 804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2019회계연도 배당금보다 주당 200원씩 늘어난 금액이다. 별도기준 배당성향은 47.2%로, 회사 배당정책 가이드라인인 30~40%를 훌쩍 넘어선다.

대신증권 측은 "지난해 증권 업황 개선으로 순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반영해 배당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헤지펀드는 대신증권의 고배당 정책을 잘 알고 있음에도 증권사 업황 개선에 따른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주제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의 업황이 대폭 개선됨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적정 수준의 배당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마당에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에 더욱 자주 노출될 것을 우려한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탄소국경세 등 각종 규제 요인이 더해지면서 헤지펀드가 기업의 규제 리스크를 파고들 것이란 관측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도입된 3%룰에 따라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이 강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산업재편이 빨라지는 시기에 국내 기업은 주도적인 사업구상을 펼치는 게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