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막혀..보험사 헬스케어 '공염불'

이승훈 2021. 3.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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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의료 데이터활용 요청
심평원 "공익목적 아냐" 거부
美·日 데이터 활용 상품개발
韓은 실정다른 해외자료 의존
상품·헬스케어 서비스 개발땐
의료비 줄어 건보 재정 개선
# 미국에서 민간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카이저퍼머넌트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고위험 환자를 사전에 예측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 서비스를 통해 복부대동맥류 환자 6275명 중에서 위험 환자 1581명을 발견해 사전 치료를 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보험사들이 건강나이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일본 의료데이터센터(JMDC)에서 비식별화된 건강검진 데이터나 명세서 등 건강 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전 산업계가 '데이터 경제'로 빠르게 변환하는 가운데 보험 업계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업계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고령자·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보험 상품과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 나서려고 하지만 이에 필수적인 데이터 확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개정되면서 업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6조건 이상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여기에는 진료 내역과 건강검진, 장기 요양 등 기록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유권해석을 통해 보험사가 가명 처리된 질병 정보 등을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전 등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용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법 개정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은 정책·학술 연구 등 공익적 목적에 한해서만 공공 보건의료 정보를 개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정보를 요청하면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된다.

당장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한 보험사는 호주, 일본 등 외국 데이터를 활용해 당뇨병 상품을 개발했다.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 말기신부전, 실명, 족부절단 등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해 보다 양질의 상품을 개발하려 했지만, 결국 외국 논문 데이터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와 외국은 빈번이 일어나는 병의 종류나 발병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 데이터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험 업계는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활성화가 단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이나 헬스케어 서비스가 개발되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해 건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하면 2025년 국가의료비가 약 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도 실시간으로 건강을 점검해 더 나은 건강의 질을 누릴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당뇨위험군을 대상으로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당뇨환자가 연간 17%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보건의료 데이터가 보험사에 제공되면 당장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웠던 유병력자와 고령자 등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 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가명 처리 수준과 활용 범위, 보안 방안, 가명 정보 결합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정보 제공과 관련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요청이 들어오면 별도의 심의위원회에서 과학적 연구에 해당되는지,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분이 없는지 등의 심의를 거쳐 제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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