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키워 보셨나요?..전시도 결국 감성이죠"

전지현 2021. 3. 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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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앤아트 지성욱 대표 인터뷰
사무실서 개와 4년째 '동고동락'
퇴근땐 직원들 돌아가며 돌봐
그라운드시소 서촌·성수·명동
설립 후 7년간 200만명 관람
전시 '앨리스'는 中·日에 수출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키우는 유기견 `봉구`를 안고 있는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 [한주형 기자]
서울 성수동 전시회사 미디어앤아트 사무실에서 직원이 하얀 개를 안고 일을 하고 있었다. 4년째 이 회사에서 동고동락해온 유기견 '봉구'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수컷 폼피츠(포메라니안과 스피츠의 혼종)로 퇴근 후나 주말에는 직원들의 집에서 지낸다.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50)는 "입사 면접 때 개를 좋아하는지 확인한다"며 "직원들이 봉구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봉구의 일상 사진을 찍어 올린 인스타그램은 퇴직자들까지 뭉치게 만든다. 유기견을 따뜻하게 돌보는 직원들의 감성 덕분에 이 회사의 전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2014년 설립 후 국내외 전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2017~2018년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25만명을 동원한 전시 '앨리스'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캐릭터로 분장한 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관객을 전시 주인공으로 만들어 재방문율이 높았어요. 실내 놀이공원처럼 자유롭게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감성적인 전시를 만들었죠. 동화 속 거울방과 토끼굴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하고, 말하는 꽃을 조형물로 만들었어요. 관객이 전시장 체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죠. 전시도 시대 흐름과 감성을 읽어야 합니다."

이 전시는 중국인들도 앨리스 분장을 하게 만들었다. 2018~2019년 중국 베이징, 항저우, 상하이, 선양, 우한, 홍콩, 대만 타이페이에서 흥행했다. 내년에는 일본 3개 도시 투어를 준비 중이다. 국내 미디어아트 전시 수출은 이례적이다.

"중국과 일본 회사가 유튜브·SNS에 올라간 우리 전시 영상과 사진을 보고 연락이 와서 수출하게 됐어요. '앨리스'는 국적과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죠.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서 외국 시장이 돌파구가 돼요. 말이 필요 없는 전시는 세계화에 딱이죠."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현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전시 중인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은 지난해 인터파크 티켓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는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이 펼쳐지고 있으며, 다음달 말에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에 그라운드시소 명동을 개관해 미디어아트 전시 '블루룸'을 연다. 그라운드시소는 이 회사의 복합예술공간 브랜드다. 건물을 장기 임차해 전시를 연다.

지 대표는 "서촌에서는 웹툰이나 사진전 등 실험적인 전시, 성수에서는 가족 전시, 명동에서는 극장처럼 상영시간이 정해진 미디어아트 전시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대 치유의 미디어아트를 펼치는 '블루룸'은 800㎡(약 242평) 규모로 높이 5m 벽면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있다. 꽃, 숲, 구름, 밤하늘, 우주 등 자연을 감성적인 디지털 신호로 풀어낸다.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관람하는 관객들
삼성엔지니어링과 KT, 아이오케이컴퍼니 등을 거친 그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반 고흐 작품으로 제작한 미디어아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 사업을 구상했다. 2014년 미디어앤아트를 설립한 후 반 고흐 원작을 음악, 모션 그래픽(움직임을 만드는 그래픽), 프로젝션 매핑(건축물에 영상 투사) 등으로 재해석한 첫 미디어아트 전시 '반 고흐 10년의 기록'이 관객 25만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쳤다. 이후 2016년 '반 고흐 인사이드' '클림트 인사이드'도 호평을 받았지만 명화를 내세운 미디어아트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 동화와 소설을 전시로 풀어내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앨리스' 외에도 동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각색한 '슈가플래닛'(2018년),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2019년) 등을 제작했다.

지 대표는 "2014년만 해도 연세 있는 관객이 '반 고흐의 원화가 없다'며 환불을 요청했을 정도로 미디어아트가 정착되지 않았는데, 우리 전시가 잘되면서 경쟁사들이 늘어났다"며 "익숙한 이야기를 뮤직비디오와 미디어아트, 그림 등으로 만들어 '이 세상에 없던 전시'를 연 덕분에 성공한 것 같다. 우리 회사처럼 기획, 제작, 마케팅까지 모두 담당하는 종합예술회사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비 80%를 전시 개막 직전 SNS에 쏟아부어 승부를 본다. 초반에 입소문이 나야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몰려온다고 한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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