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발사체 기린아 '로켓랩' 2분기 상장한다

조승한 기자 2021. 3. 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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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상장 통해 속속 발사되는 우주기업들
미국 우주개발기업 '로켓랩'의 발사체 '일렉트론'이 발사되는 모습이다. 로켓랩은 올해 2분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켓랩 제공

미국 우주개발기업 ‘로켓랩’이 올해 2분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해 우회 상장한다. 소형발사체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로켓랩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중형 발사체를 개발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 중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는 스페이스X의 대안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로켓랩을 비롯한 미국의 우주개발 기업들은 최근 SPAC를 통해 속속 우회상장을 시도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우주산업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로켓랩은 SPAC ‘벡터 어퀴지션 코퍼레이션’과 합병을 올해 2분기까지 완료해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1일 밝혔다. 로켓랩은 소형발사체 ‘일렉트론’을 개발하고 2017년부터 상업 발사를 총 18차례 성공해 왔다. 소형발사체 사업에서 실적을 내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일렉트론은 길이 17m, 지름 1.2m에 무게 12t의 2단 액체엔진 발사체로 200~300kg의 탑재체를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1단 발사체를 낙하산에 매달아 지구로 되돌리는 기술 시연에 성공하며 재사용 로켓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로켓랩의 가치는 약 41억 달러(4조 6100억 원)로 평가받는다. 피터 벡 로켓랩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병을 통해 7억 5000만 달러(약 8434억 원)의 현금을 갖게 된다”며 “발사 및 우주선 플랫폼을 통해 우주 시장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돕는 로켓랩의 능력을 높이고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수십억 달러 규모 사업을 창출하려는 야망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로켓랩은 기업 상장 계획을 밝히며 차기 발사체인 ‘뉴트론’을 2024년까지 발사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로켓랩에 따르면 뉴트론은 약 40m 길이의 재사용 가능한 중형 발사체로 8t의 무게를 궤도에 올릴 수 있다. 67m 길이로 13.15t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보다는 작다. 그러나 수십 대의 군집위성을 발사하거나 달과 화성 등 심우주에 화물을 보내는 데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벡 CEO는 “팰컨9의 직접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투자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로켓랩은 1일 차기 발사체 '뉴트론'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뉴트론은 로켓랩의 기존 발사체 일렉트론보다 크고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보다는 작은 중형 발사체다. 제공

이날 벡 CEO는 야구모자를 갈아 먹는 이색적인 장면도 보였다. 과거 벡 CEO는 로켓랩이 발사체 재사용을 시도하거나 일렉트론보다 큰 발사체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철회할 경우 자신의 모자를 먹겠다고 맹세했었다. 2019년 일렉트론 재사용 계획을 발표했을 땐 모자를 먹지 않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이를 지켰다. 로켓랩이 공개한 영상에서 벡 CEO는 로켓랩 로고가 새겨진 야구모자를 믹서기에 넣고 간 후 조각난 모자를 집어 먹는 모습을 선보였다. 벡 CEO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드디어 모자를 먹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로켓랩이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새로운 발사체 개발에 나선 것은 발사체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시작되면서라는 관측이다. 미국 소형발사체 스타트업 ‘아스트라’는 로켓랩보다 한달 앞선 지난달 1일 SPAC ‘홀리시티’와 합병해 올해 2분기 상장한다고 2일 밝혔다. 아스트라는 2019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로켓 챌린지’에서 우승한 업체다. 아스트라는 지난해 12월 ‘로켓3.2’를 발사해 목표 고도 390km까지 도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아스트라의 세 번째 발사 시도였다. 아스트라는 21억 달러(2조 3614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로켓랩과 아스트라 같은 발사체 회사 외에도 다른 우주 분야 스타트업도 SPAC를 통해 주식시장 상장을 진행하며 빠르게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SPAC은 발행주식을 공모한 후 다른 기업과 합병을 사업 목적으로 삼는 명목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기업이 기업공개 대신 SPAC을 택하면 빠른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주개발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SPAC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개발 스타트업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CEO의 우주여행기업 ‘버진 갤럭틱’ 뿐이다. 버진 갤럭틱은 우주에서 글라이더처럼 하강하는 형태의 우주여행 서비스를 위한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버진 갤럭틱도 2019년 SPAC인 ‘소셜 캐피탈 헤도소피아’와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미국 우주운송 스타트업 ‘모멘투스’도 지난해 10월 SPAC ‘스테이블 로드 어퀴지션’과 합병하며 10억 달러(1조 1245억 원) 규모로 기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모멘투스는 발사체에서 나온 위성이 원하는 궤도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비고라이드’라는 궤도 셔틀을 개발 중인 회사다. 미하일 코코리치 모멘투스 CEO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열린 ‘뉴스페이스코리아:업리프트’에 참여해 상장 계획을 공개하며 “현재 우주경제는 전체 세계 경제의 0.03%밖에 안되지만 파괴적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주위성 광대역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에 도전중인 ‘AST&사이언스’도 11월 SPAC를 통해 상장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로켓랩의 발표와 같은 날인 1일 우주위성 데이터 회사 ‘스파이어 글로벌’은 SPAC ‘내브사이트 홀딩스’를 통해 상장한다고 밝표했다. 스파이어 글로벌은 우주에 100개 이상의 나노위성을 띄워 지구를 관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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