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과열 조짐' SK바이오사이언스..녹십자 주목하는 이유

한경우 2021. 3. 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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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번째로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 열기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4~5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9~10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공모가 밴드 4만9000~6만5000원으로 신주 1530만주를 발행하고 구조 765만주를 판매하는 이번 공모 규모는 1조1245억~1조4917억원이다. 올해 첫 번째 조 단위 IPO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전문기업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위탁개발생산(CDMO)와 직접 개발 등에 나서면서 몸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집계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날 기준가는 20만2000원으로 공모가 상단인 6만5000원의 3.1배에 달한다.

올해부터 공모주를 계좌별로 균등 배정하는 청약방식이 도입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배정 문턱을 낮춰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 열기는 더 뜨겁다. 밴드의 상단인 6만50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될 경우 최소 청약단위인 10주 가격의 50%인 32만5000원의 증거금을 내면 최소 1주를 받을 수 있다. 작년까지는 청약 증거금의 규모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해 '빚투(빚 내서 투자한다는 뜻의 신조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원하는 만큼의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했다고 주가가 급등한 뒤 무리하게 따라잡는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실제 작년 따상 열풍을 주도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봐도 현재 주가가 모두 상장 첫날 종가인 공모가의 16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통적인 국내 '백신명가' 녹십자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강한 도전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백신 분야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녹십자는 백신 국산화의 선두주자다. 지난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간염 백신인 헤파벡스를 개발했다. 이후 지난 1990년 세계 최초의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를, 1993년 세계에서 두 번째 수두백신인 수두박스를 각각 개발했다. 독감백신도 녹십자가 가장 먼저 국산화했다.

연간 생산 능력 측면에서는 양측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의 생산능력은 연간 5억도즈다. 녹십자는 원액을 공급받아 패킹하는 설비 기준으로 연산 10억도즈이며, 원액 기준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능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생산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제조 신기술인 세포배양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 기간이 짧아 감염병 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도 불필요하다. 녹십자는 주력 제품인 독감백신을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유정란 배양 방식은 생산원가가 저렴하고 대량생산한지 오래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강점이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독감백신 이외에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하는 백신 품목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분야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한 발 빨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위탁생산(CMO)을 맡았고, 노바백스의 백신의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에 이어 기술이전까지 받았다. 또 자체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나서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녹십자가 코로나19 대응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CEPI이 지원한 또 다른 코로나19 백신의 CMO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고,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국내 인허가·유통도 맡았다.

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후보 GC5131A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C5131A는 허가 전의 의약품을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긴급한 상황이거나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걸 당국이 허락해주는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최근까지 40여건 이뤄졌다.

혈장치료제가 포함된 혈액제제 분야는 녹십자가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글로불린 IVIG 10%에 대한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주가도 비싼 수준이 아니다. 이날은 전일 대비 7000원(1.85%) 하락한 37만1500원에 마감됐다. 작년 종가 40만6000원과 비교하면 8.50%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5.93% 올랐다.

기대 이하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은 탓이다. 녹십자는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4167억원, 영업손실 22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녹십자가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경상연구개발비를 선반영한 데 더해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제품군 확대에 따른 광고선전비·지급수수료 증가로 비용이 크게 늘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CMO가 올해 녹십자의 실적을 개선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CMO 본계약이, 장기적으로는 IVIG의 미국 허가 승인이 각각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녹십자의 CEPI 백신 CMO 매출을 3955억원으로, 감가상각비·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EBITDA)를 831억원으로 각각 추정하며 녹십자의 목표주가를 43만원으로 제시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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