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 강우석의 IPO돋보기] 백신개발로 큰 SK바사, 상장은 CMO 기업으로?

강우석 2021. 3.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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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3월 02일(14:5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모가가 희망 범위(4만9000~6만5000원) 상단으로 책정되면 약 5조원 규모의 제약 회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올 상반기 상장하는 기업 중 덩치가 가장 클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백신 개발과 판매로 돈을 벌어온 회사지만,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생산(CMO) 업체의 주가 추이를 참고했다는 점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어떤 회사일까요. 예상 기업가치를 어떻게 계산했을까요. 정말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격이 공모가 두 배로 형성된 뒤 종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것)'을 거둘 수 있을까요.

◆백신기업 모태…AZ·노바벡스 CMO 계약으로 존재 알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쉽게 말해 백신 개발 및 판매 업체입니다. 독감, 대상포진, 수두 백신의 상업화를 이뤄냈고 로타바이러스, 장티푸스 백신 개발도 임상 3상까지 진척시켰습니다. 특히 국내 독감(스카이셀플루)과 대상포진(스카이조스터) 시장에서 각각 35%, 50%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임상 초기단계이지만 차세대 폐렴구균과 코로나19 자체 백신 개발에 나선 점도 눈에 띕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파이프라인 [출처=회사 증권신고서]
대중들에겐 백신 기업보단 '바이오 CMO 업체'로 각인돼 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글로벌 바이오 회사와 손잡으며 큰 주목을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CMO 계약을, 그로부터 한 달 뒤엔 미국 노바벡스와 항원 개발 및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습니다. CDMO는 단순한 위탁 생산을 넘어 개발(R&D)에도 일부 참여합니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전 세계 시장에서 고품질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CDMO/CMO 업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한국은 코로나19에 안정적인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백신 개발사로 출발했지만 CDMO/CMO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근 3개년 매출 현황. 백신제품과 상품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현재까지 궤적만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하는게 적절치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회사 증권신고서]
실적을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사 이래 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백신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작년 3분기까지의 매출 대비 백신 판매 비중은 무려 88.7%(약 1400억원)에 달합니다. 직접 만든 의약제품을 파는 비중(63.7%)이 단순한 유통 매출(31.2%)보다 훨씬 높네요. 자체 개발해 온 백신을 판매하고 수출하는 데 주력해온 겁니다.

◆"CMO 업체와 비교 부적절" vs "성장 청사진 담은 조치"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목은 기업가치 산정 방식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과정에서 '생산능력 당 기업가치(EV/Capacity)'를 활용했습니다.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라는 정체성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부문에선 생산능력이 가장 중요한 척도"라며 "EV/Capacity 방식의 상대가치 평가법이 기업가치 산출에 가장 적합하다 봤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 스위스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세 기업의 EV/Capacity 배수를 산술평균해 적용했습니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네요 [출처=회사 증권신고서]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 방법을 적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 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매출의 대부분이 백신 판매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기업가치를 따질 땐 생산능력이란 지표만 헤아릴 수 있냐는 겁니다. 참고로 신약 개발 업체 SK바이오팜은 파이프라인 당 기업가치(EV/Pipeline)를 활용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EV/Capacity와 매출액 당 기업가치(EV/Sales)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썼습니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백신 회사로서 수익을 내 온 걸 감안하면 파이프라인 당 기업가치(EV/Pipeline) 지표를 함께 사용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며 "CMO 산업이 시장에서 후하게 인정받고 있어 관련 업체 위주로 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이후의 모습에 주목해달라는 입장입니다. 현재 CMO 부문의 수익 기여도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얘깁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설비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 3~5년가량 소요되는 만큼 위탁받는 공급량도 안정적이다"라며 "다른 글로벌 백신 개발사들의 제안도 이어지고 이어 추가 계약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B 투자자문사 대표는 "바이오 기업 밸류에이션은 '예술의 영역'이라 불릴 정도로 각양각색의 방식이 동원된다"며 "향후 CMO 부문 매출이 급증할테고, 회사 입장에선 이 지점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에 비교기업 선정 시 참고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투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몸값 산정 방식에 동의하는지, 회사 측이 제시한 성장 청사진이 납득할만한 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오는 4~5일 진행되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그 누구도 나의 투자를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상장이란 행위 자체가 기업의 성장 밑그림을 시장 참여자에게 세일즈해나가는 절차"라며 "무작정 투자하기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향후 사업 계획을 분석하고 현실성이 있는 지를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유통물량 부담 적어…따상 가능성 전망은 '분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상장에서 2295만주를 공모합니다. 2295만개의 주식이 새롭게 주인을 찾는다는 얘깁니다. 이 중에서 1530만주는 새로 발행되는 주식(신주)이고, 765만주는 모회사 SK케미칼이 보유한 주식(구주)입니다. 공모가격이 상단(6만5000원)으로 책정되면 SK케미칼로 약 4972억원이 흘러 들어갑니다. 나머지 1조원의 자금은 SK바이외사이언스의 생산시설 신축 및 증설(3934억원), 신규 파이프라인 및 플랫폼 개발(1808억원)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첫날 주가를 어떻게 전망할까요. 유통가능 물량 덕분에 하락 부담이 적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론상으로 상장 당일 장내 풀릴 수 있는 유통가능 주식수는 1956만주입니다. 이는 상장 예정인 전체 주식수(7650만주) 대비 약 25.6% 정도입니다. SK바이오팜(7.8%), 카카오게임즈(22.6%)보다 많고 빅히트(29.7%)에 비해선 소폭 적은 수준입니다.

통상 기관투자자들은 공모주의 유통가능 물량이 20%대면 양호한 편이라 평가합니다. B 투자자문사 대표는 "유통물량이 30%를 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낮다"며 "수요예측엔 참여할 예정이며 확약 기간을 얼마로 제시할 지 고민 중"이라 말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통가능주식수 현황. 일단 상장 이후 매물이 대거출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출처=회사 증권신고서]
따상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나뉩니다. 공모주를 받은 기관들이 오래 보유하고 팔지 않으면, 주가가 공모가를 계속 웃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낙관론자들이 좀 더 우세한 분위기입니다. C 자산운용사 대표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무조건 6개월 확약 걸고 최대한 많이 받아야하는 종목"이라며 "CMO 부문에서 고객사를 다수 확보했기 때문에 상장 이후 실적과 주가 추이 모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따따상까진 어렵겠지만 따상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신중론을 펼치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이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관련된 호재가 충분할 정도로 공표된 만큼, 주가가 비약적으로 올라가긴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바이오 종목들의 수급이 좋지 않은 점도 조심스러워 하는 배경입니다. D 연기금 관계자는 "코로나19 수혜를 기대하기엔 시장이 관련된 이슈에 충분히 면역을 가진 상황"이라며 "모회사 SK케미칼 주가도 좋지 않은 만큼 1~3개월 사이로 확약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증시의 주역으로 떠오른 개인을 주목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이번 공모에서 개인들에겐 최대 688만5000주가 배정됩니다. 공모가 상단 기준 약 4475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개인투자자는 기관과 달리 배정받을 때 의무확약 기간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E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가를 넘어 연일 치솟으려면 매수대기 잔량이 많아야하는데, 최근 개인들이 변동성 장세에서 짧게 보유하는 분위기라 따상은 어려워 보인다"며 "청약 매력은 확실히 있지만 오래 갖고 가자니 증시가 변화무쌍하고, 이론 상 유통가능 규모만 1조원에 달해 확약 기간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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