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美영화 '미나리'에 외국어영화상"..논란의 골든글로브, 올해도 못 넘은 '1인치의 장벽'(종합)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미국 영화인 '미나리'에게 '외국어' 영화상을 안긴 골든글로브. 올해도 '1인치의 장벽'을 넘지 못한 골든글로브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인 감독과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미나리'가 지난 1일(한국시각)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한예리,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수상 소식은 기뻐 마땅한 일이지만, 온전히 웃을 수만은 없었다. 미국 국적의 감독과 미국 제작사가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나리'가 받은 상이 '외국어' 영화상이기 때문이다. 동양인이 중심이 된 영화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골든글로브를 향한 비판은 후보 발표 때부터 시작됐다. 첫 공개된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고 이후 오스카 레이스에 포함된 미국 내 각종 비평가상을 휩쓴 '미나리'가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20관왕을 기록하고 있던 윤여정(현재 기준 26관왕)은 후보에 조차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이 같은 후보 지명은 50% 이상 영어로 이뤄진 작품만이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골든글로브를 개최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정한 규칙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오스카를 휩쓸었던 '기생충' 역시 작품상 및 연기상에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나리'는 100% 한국 제작진과 배우, 제작비로 만든 '기생충'과 달리 명백한 미국 영화였기 때문에 단순히 영화 속에 사용되는 주언어가 한국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상에 제외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이민자를 다룬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및 각본상 후보에 올리지 않고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올린 것은 나쁜 선택, 윤여정의 후보 지명 제외는 골든글로브의 가장 큰 실수"라고 보도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성료된 이후에도 뉴욕타임즈는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업체가 투자한 미국 영화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작품상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CNN도 골든글로브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dpa 통신 역시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에 후보에 오른 유일한 미국 영화"라면서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에 둔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수상 이후 무대에 올라 "자막의 장벽은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며 언어와 인종이 아닌 영화 그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해 모두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도 골든글로브는 봉준호 감독이 말한 그 '1인치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영화에서 사용한 주 언어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미국 영화를 외국어 영화로 둔갑시키는 어이없는 선택을 하며 더욱 시대의 흐름에 뒤쳐졌다.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이다. 저 스스로도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한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를 통해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수상 소감이 더욱 가슴을 울리는 이유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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