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 미디어 프로에게 판촉 부담 안겨

이용 2021. 3. 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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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골프포위민 이용 기자]

테일러메이드가 계약한 미디어 프로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한 판매 부담을 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부담은 결국 미디어 프로를 신뢰하는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 타이거 우즈 등 톱 플레이어들의 클럽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테일러메이드가 계약한 미디어 프로들에게 제품 판매에 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구설에 오르고 있다. 테일러메이드코리아와 계약했던 전·현직 미디어 프로들의 제보에 따르면 “테일러메이드가 구체적으로 자사의 제품 판매를 종용하지는 않았지만 판매 실적으로 눈치를 주는 등 암묵적인 부담을 주었다”고 말했다.

미디어 프로란 아마추어 골퍼에게 레슨을 제공하면서 SNS 및 방송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는 프로 골퍼를 일컫는 말이다. 미디어 프로는 각종 매체를 통해 골프 레슨 및 골프 장비 관련 상식을 대중에게 제공하며 특히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때문에 골프용품 브랜드들은 유명 투어 프로뿐만 아니라 미디어 프로와 장비 후원 계약을 체결해 제품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미디어 프로 입장에서는 장비를 무상으로 지원받기 때문에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측은 계약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미디어 프로에게 은근슬쩍 자사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며 판촉 행위를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팀 테일러메이드 소속이었던 미디어 프로 A씨는 “테일러메이드코리아와 업무 미팅을 진행하거나 세미나 때 회사 측에서 프로들의 판매 실적이 적힌 리스트를 공개한다. 노골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실적을 거론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미디어 프로를 판촉사원처럼 대우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A씨는 “계약 때 미디어 프로가 회사의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 동안 은근슬쩍 판매 실적으로 압박을 주는 탓에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로 가는 선수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팀 테일러메이드 소속 미디어 프로 B씨는 “클럽 계약이 선수와 기업 모두에 이득이 돼야 하는데 선수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특히 크다. 테일러메이드코리아에서는 자사와 같이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 계약했고, 장비를 후원해 주기 때문에 프로가 제품을 팔아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판매 실적이 낮으면 다음 계약이 성사되지 않거나 장비 지원이 축소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본업 외에 실적에도 신경 써야 하는 형편이라고. 그리고 그는 “인기 있는 장비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자사의 직원이 할 일을 미디어 프로에게 떠넘기는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이익에 대한 구체적 증거 없으면 문제 해결 곤란

하도급 관련 법률에 따르면 사업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기업의 물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의 경우 2016년 12월부터 시행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에 따라 기업은 대리점에 특정 상품 주문을 강요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계약관계지만 수급업자는 아닌 테일러메이드코리아와 미디어 프로의 관계는 어떨까?

법무법인 덕수의 김지혜 변호사는 “이런 계약 관계에서는 직접적인 피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구제가 힘들어진다. 자신에게 불리한 통보를 받았을 때 계약상 의무가 아닌 일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사측이 계약해지나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을 때 미디어 프로는 이것의 직접적인 원인이 ‘판매 실적 저조’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테일러메이드코리아가 직접적으로 상품 판매를 미디어 프로에게 지시했다는 정황을 증명하지 못하면 미디어 프로 개인이 느끼는 압박은 주관적인 개념이 되므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워진다.

민법 제393조 2항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미디어 프로는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는지 사측에 먼저 통보를 하면 이 또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마저도 어렵다. B씨는 “판매업자가 아닌 미디어 프로가 판매 압박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만약 재계약 때 불이익이 있어도 회사 측에서는 절대 판매 실적을 근거로 들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태도에 불만이 있어도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에도 영향

테일러메이드코리아가 미디어 프로에게 암묵적으로 판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골프장비 전문 대형 유통사에서 근무하는 임원 C씨는 “아마추어 골퍼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프로 골퍼의 의견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프로들의 행동은 이들의 장비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회사 측에서 특정 제품의 판촉을 위해 압박을 가한다면 미디어 프로는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아직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에게 제품 판매를 떠넘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대형 쇼핑몰에서 골프 장비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 D씨는 “올해 상반기 골프 신제품이 하나둘씩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재계약 문제로 실적 압박을 받는 프로들은 새 시즌을 맞아 클럽을 교체하려는 소비자의 선택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골프포위민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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