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체' 분야 세계 석학 성과..씨앤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박윤균 2021. 3. 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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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 원천기술로 만들어진 치료제
최진호·손연수·김성완 박사 선도
식약처 등 협의 거쳐 허가 절차 진행 중

지난해 1월, 설 연휴 시작과 함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바이오 산업은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의 불편은 커졌지만 바이오산업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진단키트를 만드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수의 제품을 내놓으며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는 K바이오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사실 2019년 5월 정부가 '바이오헬스 국가비전'을 선포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 발표내용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장기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제약 바이오산업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게 됐다. 진단키트는 그동안 축적된 'K-진단기술'의 커다란 성과지만,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원천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씨앤팜이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CP-COV03'는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원천기술로 만들어진 획기적인 치료제다. 씨앤팜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약물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당국과 협의를 거쳐 경구용 제제로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이 치료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100% 억제할 수 있는 'IC100' 혈중농도 수준을 12시간 이상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씨앤팜은 원천기술인 유무기 약물전달체 기술을 이용해 니클로사마이드의 흡수율을 크게 높이고 혈중 항바이러스 유효 농도를 12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치료제 개발이 성공한다면 코로나19로 장기간 고통받고 있는 인류에게 'K-바이오'의 위상을 더욱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씨앤팜의 성과는 세계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히는 석학들이 이뤄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술의 전반적인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전달체' 분야 에서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통하며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적 석학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무고통(pain-free)' 항암제나 코로나19 치료용 경구제 탄생이 국내에서 가시권에 놓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달체 기술은 세계 과학계에서 최진호 박사(전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대한화학학회장을 지낸 고 손연수 박사(전 이화여대 석좌교수), 그리고 '유타학파'를 이끈 고 김성완 박사(전 유타대 교수) 등 한국이 배출한 박사 3명이 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이들 3명은 전달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석학으로 손꼽히며 후학들에게 상당한 학문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나노 전달체' 분야 선구자로 불리는 최진호 박사의 약물 전달체 기술이 지난 2000년 세계적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에 소개되자 전 세계 과학계가 "암 정복도 가능하다"며 흥분했다. 그 해 미국 재료학회(MRS)와 미 화학협회의 전문지인 'C&EN'은 최 박사의 그 기술을 유망한 세계 8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였다. 최 박사는 1998년 6월 세계적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에도 '2차원 한계 내의 고온 초전도체'란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서울대 교수,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600여 편의 국제적 논문을 발표했다. 2007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그는 노벨화학상 한국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중 최 박사와 손 박사 등의 평생에 걸친 연구 업적은 바이오기업인 씨앤팜의 '무고통' 항암제와 코로나19 치료용 경구제를 개발하는데 활용된 최첨단 전달체로까지 이어졌다. 최 박사가 씨앤팜을 창업했고 손 박사가 씨앤팜의 연구소장과 고문을 맡아온 탓이다.

최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99년 8월 31일 국내 최초 대학내 벤처인 '메디코룩스'를 창업했다. 메디코룩스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지주회사인 씨앤팜의 전신이다. 회사명 씨앤팜의 'C'는 최 박사의 영문이니셜에서 따왔다고 한다. 일흔을 훌쩍 넘긴 원로학자인 최 박사는 지금도 씨앤팜의 고문을 맡아 연구개발에 후학들 못지않은 열정을 쏟고 있다.

최 박사보다 선배 학자인 손연수 박사도 전달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미국 명문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박사 출신인 그는 1971년 정부가 경제부흥을 위해 해외석학을 유치할 때 나라의 부름에 귀국길에 올라 KIST에 몸담을 정도로 학자로서 나라 사랑도 남달랐다. 이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거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평생을 전달체 분야 위주의 연구에 전념했다. 손 박사는 씨앤팜의 연구소장, 고문을 맡아 자신의 전달체 분야 원천기술을 이용한 췌장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도 노학자로서 투혼을 발휘했다. 손 박사는 지난해 급성 질환으로 별세하기 직전까지 매일 씨앤팜의 연구실과 실험실을 찾는 등 학자로서 막바지 열정을 보였다. 씨앤팜에서 손 박사는 주로 고분자 이용 신약 개발에 몰두해왔다. 그의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분자를 이용해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가 개발한 폴리포스파젠계 약물전달체 기술이 씨앤팜의 '무고통' 항암제인 '폴리탁셀'과 '폴리플라틴' 개발을 이끌어 냈다. 안타깝게도 손 박사는 자신이 발명한 기술이 코로나19사태로 위험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는 핵심 기술로 쓰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특이한 점은 그의 목숨을 앗아간 췌장암을 치료하기 위해 손 박사가 개발한 1호 신약 '폴리탁셀'이 글로벌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이다. 손 박사의 후학들이 그의 원천기술을 활용해 췌장암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그 연구의 성과가 최근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폴리탁셀은 이미 비임상에서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는 '최대무독성한도' 이내 투여량만으로도 종양 성장을 99.8% 억제하는 등 기존 췌장암 치료제인 납-파클리탁셀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씨앤팜의 자회사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호주의 대형 임상수탁기관(CRO)인 N사와 임상 1상과 2a상 수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현지에서 폴리탁셀의 신약 허가 취득을 위한 임상 1상과 2a상에 곧바로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전달체 분야 학문적 수준을 세계 정상급으로 도약시킨 김성완 박사의 학문을 향한 열정도 후학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전달체 전문 학자로서 김 박사는 이 분야에서 노벨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생전에 유타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 국내에도 '유타학파'로 분류되는 후배 학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김 박사는 유타대 연구소에서 실험을 위해 자신의 몸에서 직접 채혈을 수차례 할 정도로 연구를 향한 열의가 대단하기로 유명했다. 말년에 심장수술을 받은 그는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 전달체 분야 동료학자인 최진호 교수의 초정을 받고 가족 등의 만류에도 심장박동기를 단 채 미국에서 입국해 행사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같은 분야 동료학자로서 세 사람의 인연도 각별한 편이었다. 전달체 분야 동료학자로서 최진호 박사와 손연수 박사의 인연도 각별했다. 손 박사가 KIST 교수직에서 퇴임해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옮긴 후 씨앤팜에 합류한 데는 당시 서울대에서 이화여대로 옮겨 온 최 박사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씨앤팜의 연구소장, 고문이란 역할을 맡아 자신들의 평생 연구결과를 항암제,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화 연구에 함께 매진했다. 씨앤팜의 '무고통' 항암제와 코로나19 경구치료제 개발은 이들 노학자 2명의 막바지 학문적 투혼과 열정이 후배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어우러져 탄생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석학들의 약물전달체 원천기술은 현재 씨앤팜의 연구진이 이어받아 응용개발하고 있다. 김경일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과거 삼성정밀 화학연구소, 삼천리 제약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 AIDS 바이러스 등의 치료를 위한 원료물질, 중간체 개발에 참여한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전문가다. 진근우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유전자전달체 및 약물전달체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템플대 바이오연구소와 삼양바이오팜에서 항암약물전달체를 연구한 약물전달체 전문가이다. 지난해 2월부터 씨앤팜 연구소장(상무)으로 재직 중이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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