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다영 추가폭로 불씨 남긴 '무기한' 징계의 함정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2021. 3. 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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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흥국생명 이재영(왼쪽), 이다영 자매.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를 향한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여론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향후 피해자들의 고발 행렬이 당분간 중단되더라도 흥국생명이 두 자매의 현장 복귀를 추진할 때 다시 폭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영·다영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고발하는 최신 글은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지난달 10일, 13일 각각 고발 글을 쓴 피해자에 이어 세 번째 피해자다.

글쓴이는 학창시절 이재영·다영과 같은 학교 배구부에서 뛰는 동안 자매에게 신체·언어 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가해자들이 나에게 오토바이 자세를 30분간 시켰다” “교정기를 하고 있는 입을 수 차례 때려 항상 피를 머금고 살았다” 등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글쓴이는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당시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화가 나서 글을 적는다. 감독님 제자들이 모두 증인인데도 ‘그런 일(쌍둥이 자매의 폭력)은 모른다’고 하셨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폭로 글을 썼던 두 번째 피해자가 “(징계보다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구단에 화가 난다”고 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재영·다영 및 그 주변인들 사이에서 과거 가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피해자들의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피해자들이 폭로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폭로가 멈추지 않는 책임의 일부분은 흥국생명 구단에 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의 징계 기한을 못박지 않음으로써 추가 폭로가 나올 불씨를 남겨놨다. 구단은 지난달 15일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무기한’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언제든지 이재영·다영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두 자매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구협회가 말하는 ‘무기한’이 피해자가 회복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는 점은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과 박철우(한국전력)의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배구협회는 2009년 박철우를 폭행한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이 감독은 2012년 경기대 감독, 2020년 KB손해보험 감독이 됐다. 박철우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 감독과 마주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세 번째 피해자는 쌍둥이 자매에게 내려진 징계에 대해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풀릴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매를) 그대로 둔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했다. 두 자매의 영구제명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인원은 2일 현재 14만명을 돌파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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