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발생·비닐하우스 숙소 이주노동자 이직 가능해진다

박준용 2021. 3. 2. 12: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비닐하우스 등 불법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은 이주노동자는 횟수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비닐하우스 등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경우 △농한기 및 금어기에 권고퇴사한 경우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3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를 추가하기로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2일 '외국인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사각지대 해소 방안'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사업장 변경 자유롭게 가능해야"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가 한파 경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20일 경기 포천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숨진 노동자가 일하던 비닐하우스와 숙소에서 포천 이주노동자상담센터 대표 김달성 평안교회 목사가 설명을 하고 있다. 포천/이종근 선임기자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비닐하우스 등 불법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은 이주노동자는 횟수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해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혹한 속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 숨진 사건 이후 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이주노동자 단체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일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외국인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을 보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할 때 적용되는 ‘본인 책임이 아닌 사유’가 확대된다. 현재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는 최대 5년 동안 5번 이상 사업장을 옮길 수 없는 제한이 있는데, ‘본인 책임이 아닌 사유’ 변경은 횟수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 사유가 폭넓게 인정되지 않아 부당한 처우에도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많았다.

정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비닐하우스 등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경우 △농한기 및 금어기에 권고퇴사한 경우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3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를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이 사유로 임금체불 인정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성폭행 피해 발생 때 적용하는 긴급 사업장 변경도 기존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외에 직장 동료, 사업주의 배우자(동거인 포함) 또는 직계존비속인 경우를 추가한다.

정부는 또 이주노동자가 입국하는 즉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가입시키기로 했다. 이전에는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농어촌의 경우 입국 뒤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 가입이 적용됐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22%) 대상에 건강보험 당연가입외국인을 포함하는 한편,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28%)을 통한 보험료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이 기존계약을 연장해 허가받는 경우, 사업주의 주거환경 개선 계획과 외국인 근로자의 기존 숙소 이용 및 재고용 동의를 전제로 6개월의 개선 이행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사망 이후, 정부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 불법 가설 건축물에 대한 고용허가를 불허한 데 이어 이날 발표한 방안까지 잇따라 개선안을 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대책들의 실효성을 우려했다. 우선 이주노동자 숙소의 경우 규제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정부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과 신고되지 않은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만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하지만, ‘가설 건축물’ 자체가 사람의 거주를 목적으로 지은 곳이 아니니 숙소로 제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기 쉽지 않은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민주노총과 이주노조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 응답자의 96.5%가 ‘사업장 변경 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여전히 사업주로부터 불이익을 걱정해서 (변경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사업장 변경신청을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면서 “노동자가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 증거를 수집해서 제출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원칙적으로 사업주 동의가 없어도 사업장 변경이 횟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사업장 이동 제한 등 기본권을 제한했다가 이를 조금씩 늘리는 방식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