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맹·우방들과 전방위 중국 견제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2021. 3. 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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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전방위로 중국을 견제하고 동시에 협력관계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 기조는 동맹 및 우방과 다자주의적 협력을 통한 포위·압박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Reuter2013년 12월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 2017)는 역대 미국 행정부의 유럽 및 중동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외교의 축을 옮기겠다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혹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to Asia)’이라는 외교정책을 추진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이 외교 기조는 중국의 팽창과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국을 중국 중심으로 확대 재편했다. 국방장관 직속으로 중국 태스크포스까지 신설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기 위한 4국 안보대화 포럼인 쿼드(Quad)를 일종의 안보동맹으로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이처럼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중국을 겨냥한 것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내 갈등을 빚어온 무역 분규 때문만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과 맞먹는 경제대국이자 기술대국으로 급속히 부상한 ‘전략적 경쟁국’ 중국을 견제하지 않고는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 패권 지위를 누려온 미국의 이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3주 만인 2월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눈 첫 통화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에 대한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유린, 타이완 문제 등 해당 지역 내에서 점점 더 독선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에 대해 근본적 우려를 표시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은 타이완, 홍콩, 신장 등의 문제를 “중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2월5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첫 통화를 하면서 “미국은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중국의 인권 및 민주주의 탄압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타이완 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라고 경고했다. 무역 갈등 해소에 초점을 맞췄던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 및 인권, 민주주의 탄압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얼마나 위협적 존재로 인식하는지는 최근 NSC 조직개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중 강경파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전통적으로 대규모 인력과 조직을 자랑하던 중동국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아시아국을 중국 중심으로 확대 개편했다. 특히 남북한, 중국,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모두 포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AFP PHOTO2012년 12월13일 캠벨 차관보가 쿠알라룸푸르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중 관계,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악화할까

캠벨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 1기 당시 ‘아시아 피벗’ 정책을 선두에서 지휘했고 중국 위협론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아는 현실파 외교관으로 꼽힌다. 그는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 임명되기 직전인 1월12일, 저명한 외교 전문 매체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그는 “오늘날 인도·태평양 지역이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과 미국의 후퇴라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캠벨에 따르면,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관련한 다자 안보 절차와 경제협상 등에 참여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중국이 역내의 새로운 규범을 만들도록 방치했다. 이에 맞설 대안으로 그는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역내 국가들과의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대중 접근의 첫 시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캠벨이 이끄는 인도·태평양국은 NSC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에밀리 혼 NSC 대변인은 뉴스 웹사이트 〈악시오스〉에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개인적으로 중국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NSC 내 부서 간 벽을 허물어 비지역국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NSC에는 지역국 외에도 기술·국가안보국, 세계보건안전 및 생물학무기국, 국방국, 민주주의·인권국, 국제경제국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 부서 모두가 담당 분야별로 중국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강구한다는 이야기다. NSC가 사실상 ‘중국 전담국’으로 개편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인도·태평양국의 전문 인력 중 주목을 끄는 인물은 로라 로젠버그 중국담당 선임국장, 로시 도시 중국 국장 등이다. 로젠버그 선임국장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요직 및 NSC의 중국, 한국 국장을 지낸 안보통이다. 하버드 대학 정치학 박사 출신인 도시 국장은 브루킹스 연구소 중국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국의 위협’과 관련된 글을 다수 발표했다. 오는 7월에는 〈미국의 질서 교란을 향한 중국의 대전략〉이라는 자못 과격해 보이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미국 국방부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 당시 “중국의 급부상이야말로 미국에 가장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2월10일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태스크포스’ 설립을 직접 발표해 군사적 차원에서 중국의 심각한 도전에 정면 대응할 뜻임을 공식화했다. 국방부와 군, 정보기관의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장관 직속의 중국 전담팀은 향후 4개월 내에 미국의 대중 군사전략, 작전 개념, 병력 배치, 정보, 동맹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오스틴 장관의 중국담당 특별보좌관 엘리 래트너가 임명됐다. 캘리포니아 대학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한때 국무부 중국담당 부서에서 근무한 바 있다.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으로 일할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국무부도 부산하다. 블링컨 장관은 ‘국무부 싱크탱크’라 불리는 정책기획국 내에 ‘중국 선임보좌관’을 신설해 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미라 랩후퍼 박사를 임명했다. 컬럼비아 대학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한때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와 신미국안보센터(CNAS)에서 선임 연구원을 지냈다. 2016년엔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시아정책 조정관으로 활약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바이든 부통령의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과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중국통 제프리 프레스콧이 주유엔 부대사로 임명한 것도 유엔 무대에서의 중국 견제와 관련해 눈여겨볼 일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전방위로 중국 견제와 압박에 나선 만큼  미·중 관계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훨씬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전체 정부 차원에서 중국 견제 전략에 나섰지만 이를 냉전 시절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에 맞먹는 대중국 봉쇄정책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당장 코로나19 대처, 기후변화,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동시에 협력관계도 강조했다. “중국이 기존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인도·태평양을 경쟁적이지만 평화적인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 방안이다.”

CSIS 중국 문제 선임보좌관인 스콧 케네디는 “블링컨 국무장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미국이 중국을 직접 상대하기보다는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들과 연대해 상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을 상대하려다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던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바이든 새 행정부의 핵심적 외교 기조는 미국 단독이 아니라 동맹 및 우방과의 다자주의적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것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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