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합리적 임금기준 마련돼야"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1. 3. 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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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기재부에 권고.."4만4천 무기계약직 근로조건 개선 미흡"
4년 전 실태조사 결과, 동일업무해도 공무원과 임금·수당 '격차'
"무기계약직 총괄 전담조직도 없어..기관별 격차 해소돼야" 지적
이한형 기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크게 늘었지만 실질적 근로조건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공무원들과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는 이들에 대한 임금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일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무의 종류, 분석 및 평가를 바탕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는 합리적 임금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이같은 임금기준에 부합하는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이들의 상용임금을 인건비나 기본경비로 편성토록 예산편성 및 집행기준을 다듬을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정부는 지난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시행 등을 통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도 임금·교육·복리후생 등 고용조건 전반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기관 내 동일·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기관 간에도 무기계약직 근로자 사이 임금·수당의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6월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명을 '청원경찰'로 직접고용하는 등 1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무기계약직은 약 4만4천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질적인 근무조건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앞서 인권위가 지난 2017년 실시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6년, 평균 연봉은 약 285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공무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4.1년, 평균 연봉이 약 5247만원임을 고려할 때 절반 수준에 미치는 셈이다.

근무경력이나 업무상 큰 차이가 없는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공무원 임금의 40~80% 가량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도 63.8%에 달했다.

지난해 사회공공연구원이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후속 과제'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은 거듭 지적됐다. 연구에 따르면, 정부 지침에 의해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선임연구원)과 공무원(연구사)은 지난 2019년 기준 1호봉이 같았다. 하지만 호봉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져 최고호봉인 25호봉에서는 무기계약직의 임금이 공무원 대비 92%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가공무원에게는 14종의 수당 및 실비보상 성격의 수당 4종 등 총 18종의 수당체계와 맞춤형복지제도가 적용되는 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정액급식비·명절상여금만 공통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도 해당 수당 중 일부만 지급되거나 차등 적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리후생 측면에서도 공무원은 모든 항목을 적용받았지만, 무기계약직은 평균 약 3.91개의 항목만이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기본경비 또는 사업비로 편성하게 한 기재부의 지침도 문제로 꼽혔다.

인권위는 "임금이 사업비에 편성되는 경우 사업의 개폐, 예산 감축 등에 따라 상용임금의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고, 사업비를 증액하더라도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임금을 증액하지 않거나 임금을 늘리더라도 호봉승급분을 충족하기에도 어렵다"며 "같은 기관에서 동일·유사 업무를 하더라도 부서나 사업이 다르면 임금 차이가 발생하는 등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임금수준 개선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동등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의 원칙 인정'을 명시한 국제노동기구(ILO) 헌장 등을 들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권위는 근로기준법상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가 포함된다고 해석해 계약직·정규직 등 고용형태의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시정하라는 권고를 해왔다"며 "인권위법 역시 합리적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어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의 직무가 다양해 개별사례를 모두 분석해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법적 지위·신분에서 달라도 사용자가 국가라는 점,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가가 '공무' 수행을 위해 채용한 근로자란 점은 명백하다"며 "공적 업무 수행에 대한 책임성에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임금수준 등의 격차가 정당하다 할 정도로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근속기간 등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사유를 제외하고는 임금수준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저임금 개선 및 임금격차 해소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기관의 경우 기준액을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재 기관별로 상이한 임금체계를 표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권위는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통합 인사·노무관리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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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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