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백신 맞으면 유전자가 바뀐다?

고재원 기자 2021. 3.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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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을 받은 환경미화원 정미경 씨가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2만1177명을 기록한 가운데 백신을 두고 각종 괴담이 온·오프라인에서 번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 괴담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한다’는 내용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실제 시판된 적이 없는 메신저RNA(mRNA)라는 종류의 백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괴담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mRNA 백신은 스파이크단백질 만들 수 있는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지질로 된 작은 주머니에 감싸 인체에 주입하는 핵산 백신이다. mRNA는 체내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DNA 정보를 실어 나른다.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해 체내에 넣는 방법이 아닌, mRNA를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체내 면역세포가 여기에 대응할 항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메신저RNA 백신은 바이러스나 그 단백질을 이용한 백신보다 훨씬 생산하기 쉽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들이 모두 mRNA 백신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총 7900만명 분이 백신을 확보했다. 이 중 화이자 백신 1300만명 분, 모더나 백신 2000만명 분이 포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RNA 백신 괴담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백신의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코로나19 백신 및 예방접종 홈페이지를 통해 "주입된 mRNA 백신의 유전물질은 분해되므로 인체의 DNA(디옥시리보핵산)와 상호작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에 따르면 mRNA 백신은 DNA에 변화를 줄 수 없다. 박 교수는 “사람의 유전정보는 세포의 핵 안에 DNA의 형태로 존재한다”며 “mRNA 백신에 의해 주입된 RNA는 세포 핵 밖의 세포질에서 작용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백신은 사람 DNA가 들어 있는 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단백질을 생성한 후 우리 세포가 백신의 RNA를 제거시키기 때문에 백신의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mRNA을 이용한 백신 개념은 이미 1990년대에 나왔다. 당시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을 통해 세포에 RNA나 DNA 같은 유전자를 주입하면 질병과 싸울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mRNA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양이 너무 적고 인체에서 너무 빨리 분해되는 등의 기술적 한계가 존재했다. 200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활발한 연구활동이 이어지며 이 같은 기술적 한계들을 해결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빠른 백신 개발이라는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이자 백신에 식염수를 타 ‘물 백신’을 만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지난달 27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백신 접종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1바이알(병)당 접종인원 확대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 의료원장은 당시 "동결된 화이자 백신이 해동되면 0.45 밀리리터(mL) 정도가 있고, 여기에 1.8mL의 생리식염수를 섞으면 총량이 2.2 mL가 되는데 1회 접종 용량을 0.3 mL로 하면 7인분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 의료원장의 발언대로 화이자 백신의 표준 접종방법은 0.45mL의 원액에 1.8mL의 식염수를 섞은 뒤 1인당 0.3mL씩 접종하는 것이다. 미국 화이자도 1.8mL의 식염수를 넣어 희석해 접종하라고 안내한다. 

백신의 부작용이 너무 커 코로나19에 걸려도 쉽게 회복하는 젊은 연령대의 경우 백신을 맞지 않는 게 낫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완범 교수는 “50세 미만의 성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대체로 큰 문제 없이 잘 회복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50세 미만이더라도 당뇨, 비만, 만성 심폐질환, 면역저하 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해 일부에서는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젊은 성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본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주변에 있는 고령의 성인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의 감염으로 인한 본인의 피해를 줄이고 노인 등 고위험군에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또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젊은 성인들도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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