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시 노동자 마라에게 장미를 전해주세요

이정연 2021. 3. 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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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의 날][3·8여성의날 : 한겨레×노회찬재단] 신청자 사연 ①
노회찬재단이 장미꽃을, <한겨레> 가 여성노동자 이야기를 전합니다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트 노동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마라. 청년유니온 제공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줄여서 ‘패션어시’를 아시나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일하는 분들입니다. 대다수는 20대 초중반 여성입니다. 일일 평균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어가는 건 기본이고 일주일에 하루 간신히 쉴까말까 한 장시간 노동을 합니다. 월급은 100만원 미만입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업계에서는 만연합니다.

이와 같은 노동착취를 알려낸 사람이 있습니다. 청년유니온에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직종지부 준비위원장인 ‘마라’님입니다. 패션어시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봄 청년유니온 문을 두드려주셨고 지금까지 현장의 어시들을 만나며 함께 하자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어시로 일하면서도 패션어시 지부 준비위원장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마라님께 노회찬 장미꽃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장미가 마라님께서 패션어시의 일터를 바꿔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꼭 전달 부탁드립니다.

- 문서희 청년유니온 활동가

노회찬재단은 3월8일 여성의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에게 신청자를 대신해 ‘노회찬 장미꽃’을 전달한다. 노회찬 장미꽃은 노회찬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 14년 간 여성의날마다 여성 노동자에게 장미를 선물한 데서 유래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노회찬재단은 3년째 여성의날 장미 선물을 이어가고 있다. 노회찬재단의 문을 두드린 신청자들은 동료, 친구, 동지, 가족인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신청자 중 한 명인 문서희 청년유니온 활동가와 지난 1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마라(사진 왼쪽) 청년유니온 제공

”지난해 봄이었어요. 3월이었는데, 마라(활동명)님이 다른 분이랑 같이 오셔서 패션 어시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저희도 그때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라는 직업의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24시간 대기하며 일하면서도 월급을 100만원도 못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게다가 그런 아주 심각한 노동환경에 놓인 사람이 한 두명도 아니고…. 몇 백명의 청년 여성 노동자가 있다는거죠.”

마라의 직업은 의상 협찬∙관리 등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업무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패션어시)다. 청년유니온과 마라 등은 지난해 3월 첫 만남 뒤 노동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96.4%(243명)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해왔고, 4대보험 가입 비율은 5.2%(13명)에 지나지 않았다. 응답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49시간. 월 평균 임금은 100만원 미만. 평균 시급은 3989원이었다.

문서희 활동가는 갑질에 노출되며 노동자들이 싸울 힘마저 빼앗기는 게 큰 문제라고 봤다.

“패션어시 가운데 95%가량이 여성입니다. 급여나 노동시간도 문제지만,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갑질을 당하거나 언어적인 폭력을 당하죠.”

“다림질을 하는데 실장님이 왜 빨리 하지 않느냐며 다리미를 집어던졌어요.”

“머리는 왜 달고 다니냐는 등 욕설은 기본이었습니다.”

“실장님 강아지 수발을 들어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어요.”

-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 실태조사

이 실태조사를 들고 청년유니온과 패션어시 지부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9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6명의 유명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근로감독을 신청했다. 지난달 2일 근로감독 결과가 나왔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위반 등 5가지 노동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개인적으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한 번도 고용노동청에서 당신도 근로자입니다라는 신호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번 근로감독 결과가 나온 게 드디어 뭔가 시작됐구나, 우리가 정말 뭔가를 바꿀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가 됐어요.”

꼭 1년을 함께 달려온 문서희 활동가와 패션어시 마라. 문 활동가는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같은 여성으로, 동료로 함께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패션어시로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꿈. 마라님이 그 꿈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응원이 필요한 그에게 여성의 날을 맞아 꼭 장미를 전해주세요.”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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