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하다 훅 간다"..웨이브·티빙·왓차 뭉쳤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산업 진흥과 규제 최소화를 위해 정책·규제 이슈 한 목소리를 내는 OTT협의회를 조직했다. 경쟁 관계인 국내 OTT 업체들이 저작권 문제와 미디어 규제 이슈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업계 이해관계를 대변할 조직화에 나선 것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올해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OTT 공룡의 시장 공략에 토종 OTT들의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그간 국내 OTT 업계는 합종연횡, 각자도생하면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 MBC SBS) 연합의 웨이브, CJENM·네이버·JTBC 동맹의 티빙을 양대 축으로 독자 성장을 추진하는 왓챠가 넷플릭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KT '시즌'(Seezn), LG유플러스 'U+tv'에 이어 네이버(네이버TV)와 카카오(카카오TV)도 OTT 시장에 진출했고 쿠팡(쿠팡플레이)마저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OTT협의회는 앞으로 OTT 산업 발전과 사업환경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먼저 △OTT 규제 개선 의견 개진 △저작권 제도개선 추진 △망이용료 등 불공정 및 역차별 환경 개선 △공동 법무 및 연구 용역 추진 △R&D(연구개발) 등 사업협력 방안 도출 △정책 홍보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활동에 돌입한다.
OTT협의회 공동 의장은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가 맡는다. 각 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위원장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한다. 실무 조직은 정책분과, 홍보분과, 사업협력분과로 구성했다.
OTT협의회 출범의 계기가 된 건 한국 콘텐츠·미디어 시장의 '큰 손'인 넷플릭스의 존재감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는 380만 여 가구로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를 크게 앞선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만 5억 달러(5540억 원)를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 '엔터 공룡'인 디즈니+가 올해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토종 OTT 입장에선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물량 공세와 협공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다. 각자도생만 하다간 도태되기 쉽다.
지금은 가는 길이 달라졌지만 웨이브는 작년까지만 해도 티빙 등과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OTT협의회 주요 추진 과제에 '망 이용료 등 불공정 및 역차별 환경 개선'을 적시한 것도 해외 OTT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OTT들이 손을 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다부처 정책 이슈와 저작권 단체들과 벌이는 사용료 갈등이다. 방송·미디어 산업진흥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규제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얽히고설켜 있어 OTT 업계의 불만이 많다.
OTT협의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의 OTT 음악 사용료 분쟁을 시작으로 한 저작권 문제에도 업계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적극 나설 전망이다. 국내 OTT 업체들이 꾸린 OTT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징수 규정 개정으로 음악 저작권 단체들의 손을 들어주자 문체부를 상대로 최근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이희주 OTT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범 정부 차원에서 미디어 규제 완화와 OTT 진흥방안을 발표했지만 관련 부처 및 국회에서는 오히려 규제 강화가 논의되면서 업계에 큰 혼란을 주고 사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OTT업계가 정책이슈에 대해 힘 있게 한 목소리를 내고, 여러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모색해 갈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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