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벽돌책'과 독서의 즐거움

곽아람 기자 2021. 3.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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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갸루 문화 열풍이 막바지로 향하던 2006년 8월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포즈를 취한 갸루 여성들

‘벽돌책’ 좋아하십니까?

엄청나게 두껍고 무거운 하드 커버의 책을 가리켜 ‘벽돌’을 연상시킨다 해서 ‘벽돌책’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대학 시절엔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책이 아니면 잘 읽지 않았고, 사회생활 시작한 이후엔 더더욱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일단 시작해서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요. 그렇지만 일이 될 땐 어쩔 수 없지요. 이번주에는 600쪽 넘는 벽돌책을 리뷰하기 위해 읽어야만 했습니다. (두께 때문에 읽기가 힘에 부쳐서 여러 번 ‘좀 더 얇은 다른 책을 리뷰할 걸’, 하며 후회했습니다.)

태가트 머피가 쓴 '일본의 굴레'./글항아리.

쓰쿠바대학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를 지내고 일본서 40년 넘게 살고 있는 미국인 학자가 쓴 ‘일본의 굴레’(글항아리)라는 책입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누구나 알아야 하는 지식’ 시리즈 중 한 권으로 펴낸 책인데 일본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전반에 대해 개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론서라 하기엔 저자의 논지와 관점이 뚜렷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한일관계,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각이었는데요. 저자는 “많은 일본 남성, 특히 자민당을 지지하고 국수주의 언론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 한국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성(性)에 관한 일은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동아시아 특권층 남성들 사이의 묵계를 위반하는 일이다. 이들은 한국이 이를 위반한 것에 대해 화는 나지만 왜 화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적었습니다.

갸루, 性的 도발인가 일본 위선의 폭로인가

2011년 ‘마오의 대기근’이라는 책을 내 화제가 되었던 중국 현대사 연구가 프랑크 디쾨터 홍콩대 인문학 석좌교수의 신간 ‘독재자가 되는 법’(열린책들)도 나왔습니다.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뒤발리에(아이티),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멩기스투(에티오피아) 등 효과적으로 체제를 유지한 독재자 8명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강력한 개인숭배를 이뤄냈기 때문이라 설명합니다.

“위대한 지도자?… 이발사·구두장이의 합작품일뿐”

북스/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책을 냈네요. 언론에서는 보통 제프 ‘베이조스’라 표기하는데,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목을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이라고 달았어요. 강연과 인터뷰, 주주 서한 등을 묶은 책에서 베이조스(베조스?)는 말합니다. “우리 아마존이 실패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소”라고.

“아마존은 실패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중 주인공 벨이 길을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는 장면./디즈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는 주인공 벨이 길을 걸어가며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옵니다. 책에 코를 파묻느라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는 벨의 모습을 보면서 ‘위험한데’ 눈살 찌푸리기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왔던 것은 제게도 읽던 책이 너무 재미있어 걸어가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좀비처럼 넋 놓고 다니는 사람들을 풍자한 단어 ‘스몸비(smombie·스마트폰+좀비)’ 이전에 ‘북몸비’가 있었던 셈이지요. 둘 다 위험하긴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북몸비’에겐 어쩐지 너그러워지네요.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데비 텅의 카툰 에세이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윌북)의 부제는 ‘책 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입니다. 책벌레 주인공이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도 그런데!’ 했습니다. “먼저 손가락으로 (서가에 꽂힌) 책등을 주르륵 훑어. 그러다 특정한 제목이나 표지가 눈에 띄면… 그 책을 뽑아 들고선 뒤표지를 읽는 거야. 두 손을 지그시 누르는 책의 무게가 느껴져. 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봐. 그리고 그 책과 함께 할 모험을 상상해.”

주인공은 “주말에 뭐 하냐?”고 묻는 친구에게 “친구들이랑 놀 거야” 답하고는 혼자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습니다. 거짓말한 거 아니냐고요? “책은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친구 같아. 책과 함께라면 혼자가 아니야”라는 그에게 책보다 더 좋은 친구, 책과의 만남보다 더 중요한 선약은 없기 때문이겠지요. 주인공은 읽고 싶은 책 몇 권과 뜨거운 차 한 잔이면 ‘완벽한 주말’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완벽한 주말, 완벽한 연휴 보내셨는지요? 월요일처럼 뻐근한 화요일입니다. 그렇지만 힘내세요. 며칠 버티면 또 주말이 찾아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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